[박상희 메타포] 미메시스 , 저 너머 ㅡ 김정범의 형상들

박흥식 기자 승인 2023.09.21 10:03 의견 0
박상희 조각가 [사진=더코리아저널]


[박상희 메타포] 미메시스 , 저 너머 ㅡ 김정범의 형상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현실의 여인들에게 실망한 나머지 자신이 상아로 조각한 이상적인 여인상에 반해서 사랑하게 되었다. 그 안타까운 정성에 감동한 아프로디테가 그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둘이 결혼을 했다는 스토리.

그리스 신화를 보면 구라가 진짜 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픽션인지 역사인지 헷갈리는 건 트로이 전쟁처럼 신화로 알고 있던 것이 팩트로 밝혀졌기에 더욱 그러하다.

어쨌든 신이 창조한 최상의 아름다운 여인을 모방하여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한 이 신화는 플라톤이 주장한 미메시스의 전형을 보여준다.

미메시스란 신이 만든 원형 그대로의 것을 제외한 무대에서의 춤과 연극, 그림과 조각으로 형상화하는 모든 것들은 신이 만든 것의 모방이고 단순한 재현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조각가인 내 입장에선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플라톤의 시대(BC427~BC347)는 지금처럼 다원화된 시대가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이 표현과 형상의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메타버스metaverse와 AI의 시대, 융합과 통섭의 시대가 아닌가?

김정범은 한국에선 도자를, 파리의 보자르에선 조각을 전공하였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이 공예나 일반적 조각 방식으로 치우치기 보단 그 둘을 융합하여 자기만의 도조적인 작업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어떤 대상의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상징으로서의 오브제와 낯선 형태의 조합과 원색의 회회적 요소가 추가된 새로운 형상성을 보여준다.

더구나 외적으로는 마초적인 질감을 갖고 있는 그의 남성적 이미지에 비해서 작품의 면과 덩어리에 표현된 회화성은 지극히 여성적으로 보일 정도로 세밀하고 꼼꼼하여 그 테크닉과 집중력이 놀랍다.

김정범은 도자를 소성하며 흙과 불과 유약은 물론 조각으로서의 조형성과 재료의 물성을 완전히 파악하여 자기것화하였기에 아날로그적인 제작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진부하지 않은 그만의 독특한 은유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에는 닭과 인간의 두상이나 신체의 부분이 많이 나오는데 건축적 형태와의 연결로 인해 모뉴멘탈적 코드로 읽혀진다.

김정범의 닭은 마당에서 모이를 쪼거나 소위 치킨으로서의 이미지가 아니라 신화 속 동물로서 카리스마가 느껴지기도 한다.

현자賢者의 선하면서도 철학적 시선을 닮은 닭의 눈빛과

몸통에 그려진 코발트의 기하학적 기호, 추상의 풍경은 닭이라는 형상에 갇히지 않고 또 다른 심연의 세계로 이끄는 통로이다.

수 차례 개인전의 작품들과 접시에 그려진 도상과 여인의 얼굴과 말,염소 등을 보면 그의 감성이 한국적 정서에 머물지않고 유럽적 미감을 갖고있는 듯하다.

사람의 몸에 개의 머리를 그리는 등 데페이즈망적이면서 장난끼 있는 유머도 보인다.

암튼 나는 김정범의 Beyond "Fly up"을 보고 나오면서 잠시 즐겁고 신선한 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었다,

[사진=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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