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웅 중구난방] 남성의 목표지향과 여성의 방향지향

김대웅 승인 2024.01.06 17:32 의견 0
김대웅 문화평론가, 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김대웅 중구난방] 남자와 여자의 쇼핑 패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예컨대, 남자가 넥타이를 사려고 백화점에 갔다면 그는 곧바로 넥타이 판매점으로 가서 자기 마음에 드는 넥타이를 골라 구입하고 나면 거의 대부분 곧바로 백화점을 나온다.

하지만 여자는 다르다. 여자가 스카프를 사려고 백화점에 갔다면, 스카프를 파는 여러 점포들을 모조리 둘러보며 신중하게 선택한다. 그리고 곧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의류점들도 둘러보며 마음에 드는 의류나 싸게 파는 의류가 있는지 살펴본다. 또 그뿐이 아니다. 식품점도 둘러본다. 혹시 깜짝세일을 하는 식품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그러한 패턴의 차이 때문에 부부가 함께 백화점에 갔을 때 남편은 일찌감치 매장에서 나와 계산대 앞에서 아내가 나오기를 마냥 기다리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쇼핑 패턴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그 까닭은 인류의 진화과정과 관련이 있다. 우리 인류는 약 20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에 이르러 곧게 일어서서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인류로서의 제 모습을 갖췄다.

그들은 수렵채집으로 먹거리를 해결했다. 남자들은 사냥을 해서 고기를 확보했고 여자들은 열매나 뿌리, 견과류 따위의 식물성 먹거리를 확보했다. 남자들의 사냥은 멧돼지나 사슴과 같은 사냥감을 발견하면 그 목표를 놓치지 않고 줄기차게 뒤쫒아 기어코 포획해야만 했다. 한마디로 하자면 다른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직 목표물에만 집중한 것이다.

[사진=김대웅]

그와 달리, 여자들은 식물성 먹거리를 찾아내려면 어느 곳에 열매나 견과류가 많은지 사방을 잘 살펴봐야 했으며, 이곳저곳을 찾아다녀야 했다. 그리하여 한 번 열매나 견과류가 풍부한 장소를 찾아내면 식물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그 장소를 기억해 둬야 지속적으로 먹거리를 얻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남자는 목표지향적이고 여자는 방향지향적인 습성을 갖게 된 것이다.

인간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습성 등은 저마다 성격과 개성이 있고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우리의 먼 조상으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아 프로그래밍된 보편적인 습성은 남녀의 역할만 다를뿐 변하지 않는다.

먼 조상으로부터 사냥꾼 유전자를 물려받은 남자들은 한 번 어떤 목표를 세우면 다른 것에는 한눈팔지 않고 오직 그 목표에만 집중하는 목표지향성 습성을 갖게 됐고, 채집성 유전자를 물려받은 여자들은 한 가지 목표보다 주변의 온갖 것들을 두루 살피는 방향성지향의 습성이 체질화된 것이다.

서양에서도 쇼핑을 할 때, 남자는 꼭 필요하다면 1달러짜리를 2달러를 주고도 사고, 여자는 필요가 없어도 2달러짜리를 1달러에 팔면 무조건 산다고 한다. 역시 남자는 사냥꾼 유전자에 따라 어떤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려는 본성이 있고, 여자는 열매나 견과류가많은 곳을 발견하면 당장 먹지 않더라도 무조건 채집해서 확보해 놓으려는 본성 때문이다.

조금 지나간 일이다. 언젠가 남녀 기혼자들이 출연해서 남자와 여자, 남편과 아내의 장단점을 지적하는 어느 TV의 예능프로그램을 우연히 시청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여성과 결혼한 젊은 영국남성이 “아내가 하는 말은 무조건 옳다.”고 해서 웃음을 자아내는 대목이 있었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 말은 타당성이 충분하다. 여자들의 방향지향성과 기억력은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여러 가지 경우와 그것에 대처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도록 했다.

여성들은 준비성, 조심성, 다양성 등에서 남자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래서 아내가 사소한 것까지 지적하는 것이 목표지향적인 남편들에게는 부질없는 잔소리로 들리지만, 따지고 보면 거의 모두 남자들의 생존에 꼭 필요한 조언과 충고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쉬운 예로 아내들은 김장철이 가까워지면 김장 때 사용할 고춧가루나 젓갈 등을 미리 준비하고 장 담글 때가 되면 미리 콩을 사둔다.

그러면 목표지향적인 남편은 무용지물일까? 때로는 무모하고 과장된 행동, 근거없이 낙관적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자들보다 집중력, 추진력 등이 뛰어나고 성취욕이 강해서 어떡해서든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려고 한다. 따라서 부부의 이러한 체질적 특성들이 서로 존중되고 조화를 이룰 때 그 가정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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