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동서남북] 2023년은 나에게 참으로 많은 변화와 일이 있었고, 그래서 여러모로 절절하게 느낀 점이 많았다. 그렇게 깨달은 점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 결단이 필요한 때 결단을 하지 않으면, 사람은 점점 병이 든다.
삶에서는 어떤 종류든 결단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 결단할 시점을 놓치면 점점 병들게 되는 듯하다. 그 병이 나를 집어 삼키면, 히스테리가 되고, 삶 전반이 삐그덕대면서 점점 돌이키기 힘들어진다. 그러나 언제 결단해야 할지 알기가 쉽지 않은데, 하나 해볼만한 것은 결단의 '횟수'를 늘려보는 것이다. 작고 사소한 결단부터, 결단이 필요한 일들에서 결단을 늘려나가다 보면, 결단도 더 잘 알고 잘할 수 있게 되지 않나 싶다.
2. 누군가 손 내밀어주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거절 당할지라도 먼저 손 내밀어보는 게 낫다.
이것은 아마도 올해 가장 깊이 깨달은 점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 내게 무언가를 주기를 기다리면서 계속 가만히 기다리기 보다는, 먼저 다가가서 내가 그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나은 삶의 방법인 것 같다. 일종의 '기버'가 되는 것인데, 그것이 확실히 더 나은 삶을 위한 법칙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알게 되면, 삶은 다른 지평으로 들어선다. 그 때부터 진짜 '받음'도 시작된다.
3. 바뀌기 전에는 바뀐 이후의 삶을 에상할 수 없다.
달리 말하면, 시도해보지 않고 생각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매우 많다. 인간은 아마도 '생각'만으로 세상의 모든 일을 대략 예측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들어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동시에 막상 그것을 해보면, 생각과는 다른 점들이 매우 많다는 걸 깨닫는 게 인간의 운명처럼도 느껴진다. 올해 이사, 개업, 사건, 모임, 강연, 방송 등 여러가지 것들을 해보면서 매우 명확히 깨달았다. 그러니 해보기 전에 속단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
4. 삶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꾸준함이다.
갈수록 나는 무엇보다 세월을 믿게 되었다. 세월이 흐르는 건 아쉽기도 하지만, 믿을 만하고 기대되는 것이기도 하다. 하루하루 충실할 수만 있다면, 쌓이는 세월은 그 꾸준한 사람의 편이 된다. 1년 간 꾸준히 운동하고, 글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것들을 읽고 보고, 좋은 것들을 먹고 마시면, 1년 뒤의 나는 지금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나은 존재가 된다. 3년, 5년간 꾸준하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더 나은 존재가 된다. 꾸준함은 힘이 세다. 세월은 꾸준한 자의 편이다.
5. 회피한 것들은 나비효과처럼 불어나 돌아온다.
해야할 일이든, 감당해야 할 관계든, 끝맺어야 할 분쟁이든 회피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이자까지 쳐서 더 큰 문제로 돌아온다. 그래서 무언가 회피하고 싶다면, 회피하고 싶은 바로 그것을 마주해야 한다.
2023년은 내게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해가 될 듯하다. 2024년 또한 그랬으면 한다. 더 나은 삶, 더 좋은 삶으로 향하고자 하는 그 걸음을 멈추지 않으면, 확실히 그 꾸준함의 힘이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끌 것이다. 꾸준함은 벼락 같은 행운이나 기회보다, 타고난 그 무엇이나 재수 좋음보다 힘이 세다. 새해에도 그것을 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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