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희 메타포] "커피와 와인을 대접하고 싶습니다."

박상희 승인 2024.01.13 17:04 의견 0
박상희 조각가, 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박상희 메타포] 저의 카페에 편하게 오세요."

"커피와 와인을 대접하고 싶습니다."

2023년 12월의 마지막 날.

화가 박상남의 페북.

지난 몇 년간 그의 전시장을 찾아준 페친들과 그림 구입해준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초대장이다.

아뜰리에를 겸하고 있는 그의 작은 '카페옆에'

아직 아무도 찾아오지않은 오후 두 시.

커피향과 물감 냄새가 음악에 섞여 후각에 스미는 조용한 마티에르.

정말 나는 편하게 갔다.

그의 진정성을 알기에.

"어? 형! "

"어서 오세요."

반갑게 맞는 그의 얼굴에 깊은 주름이 먼 항해를 마치고 무사히 돌아온 선장의 훈장처럼 보였다.

와인 한 잔과 빵을 내온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박상남의 그림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읽고 해석해야 하는 문장이 아니라 느낌표의 부호, !를 보듯 그냥 바라만 봐도 되는 그림,

존재했던 것의 그림자와 흔적으로, 말없이 마주 보고만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친구 같은 그림이다.

수 십여 년의 지난한 숙성을 거쳐 이제서야 빵을 어떻게 구워야 하고 그 맛이 어떤지를 알게 되어 갖게 된 안식과 연륜에서 오는 평화처럼

그는 말한다.

"이제 그림이 뭔지를 조금은 알게 됐어요"라고.

그리고 "자신의 그림이 보이게 되는 것 같다"라고.

카페 옆에 바로 옆, 빵집에서 수 십 년 된 장인의 손맛으로 숙성된 밀가루 반죽과 올리브, 잘 구워진 치아바타의 질감과 색은 그의 그림과 닮았다.

맞다.

그의 그림은 그에게 빵이었고 빵은 그림이 되었다.

빵과 와인, 에스프레소를 맛있게 보낸 2023년 마지막 날 오후의 90분은 박상남의 그림처럼 내게 기분좋은 흔적이 되었다.^^

[사진=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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