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웅 중구난방] 모든 인류는 한 어머니의 후손이다

김대웅 승인 2024.01.14 18:27 의견 0
김대웅 문화평론가, 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김대웅 중구난방] 모든 인류는 한 어머니의 후손이다

피부가 검든 희든, 우리처럼 황색이든, 저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든, 모든 인류는 한 어머니의 다 같은 후손이다. 모든 인류는 어느 인종을 막론하고 모두 형제자매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오늘날의 우리들인 현생인류(現生人類)의 생물학적 학명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와 서로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 1856년 독일 프로이센의 뒤셀도르프 근교 네안데르(Neander)의 계곡(tal)에서 인골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데니소바인(Denisovan; 2008년 7월에 시베리아의 알타이 산맥에 위치한 데니소바 동굴에서 41,000년 전의 손가락뼈와 어금니 화석이 발견되면서 알려졌다.)을 비롯해서 몇몇 아종(亞種)들이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 이들도 모두 호모 사피엔스의 직계조상인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直立猿人)에서 분화됐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포함해서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로 부르고 우리 현생인류만의 조상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부르는 학자들도 있다. 어찌되었든 여기서는 우리 현생인류의 조상을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로 표현하겠다.


***인류의 기원에 대해 여러 곳에서 출현했다는 다기원설(多起源說)도 있지만 확실한 근거가 입증된 것은 없다. 따라서 변함없이 우리 현생인류의 조상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것이 정설로 돼있다.

호모 사피엔스는 선행인류인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와 그 뒤를 이은 호모 에렉투스를 조상으로 약 30만 년에 아프리카에서 출현했다. 뇌용량이 1,200~1,400cc정도로 현재의 우리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로 지능이 높아졌고 생김새나 형질도 현대인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들의 모습은 현재 아프리카나 아마존 등의 정글과 오지에 살고 있는 토착민, 원주민과 비슷했을 것이다.

이들은 그 전보다 훨씬 세련되고 정교한 도구를 사용하며 아프리카에서 수렵채집 생활을 이어갔다. 약 15~20만 년 전, 그들 가운데 우리 현생인류의 조상 어머니가 있었던 것이다. 흔히 ‘미토콘드리아 이브’로 부르는 우리 모든 인류의 어머니였다. 잘 알다시피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는 거의 모든 진핵세포에 들어있으며 세포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아주 작은 기관이다. 남자의 정자나 여자의 난자에도 당연히 미토콘드리아가 들어있다.

그런데 남녀가 교접을 하고 수정을 하게 되면 정자의 머리 부분에 들어있는 미토콘드리아는 난자에 의해 모두 파괴된다. 따라서 모든 생명체는 암컷(여자)의 미토콘드리아만 남아 딸에서 딸로 이어지는 모계(母系) 유전을 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미토콘드리아를 역추적한 결과, 약 15만~20만 년 전에 살았던 모든 인류의 어머니까지 거슬러올라간 것이며 그 조상어머니를 ‘미토콘드리아 이브’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인류의 조상아버지는 누구일까? 이것은 사실상 역추적이 불가능하다. 다만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기독교 성경 구약의 ‘창세기’편에 최초의 인류로 아담과 이브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의 대를 이은 직계후손들의 이름이 열거된다. 이것을 역추적한 결과, 아담은 약 6만 년 전에 살았던 남자로 분석했다. 그리하여 과학으로 밝혀낸 아담이라는 뜻으로 ‘과학적 아담’이라고 부르지만, 어디까지나 종교적 주장에 근거한 것이어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인류의 조상아버지라고 할 수는 없다. 더욱이 미토콘드리아 이브의 생존시기와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

호모 사피엔스는 약 6~7만 년 전에 아프리카를 떠나 구대륙과 신대륙으로 대이동을 시작했다. 그 시기는 빙하기가 절정에 달해 아프리카도 몹시 춥고 건조했다. 심한 가문과 건조한 날씨 때문에 풀이 거의 사라지자 먼저 초식동물들이 아프리카를 떠났고, 이어서 초식동물을 먹이로 하는 육식동물들이 뒤따랐다.

수렵채집, 즉 사냥과 열매 따위의 식물을 채집해서 먹고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도 위기를 맞아, 다른 동물들처럼 아프리카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원시인류가 출현한 이래 벌거벗고 살았던 인류는 그 무렵인 약 7만 년 전, 비로소 옷을 입기 시작했다. 옷이라고 해봤자 동물의 털이나 가죽을 적당히 잘라서 몸을 감싸는 정도였다. 수치심 때문에 몸을 가린 것이 아니라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어려워 몸을 감싼 것이다. 아무튼 호모 사피엔스의 무리들은 아프리카를 떠났다. 한꺼번에 모두 떠난 것이 아니라 먹거리를 찾아 순차적으로 떠났다. 모두 인류의 조상어머니 ‘미트콘드리아 이브’의 수천 세대가 지난 후손들이었다.

***지질학자 루이 라테가 처음으로 1868년 3월 프랑스 남서쪽 크로마뇽 동굴지구에서 발견해서 붙여진 이름. 영어로는 ‘크로매그넌’이라 부른다.

하지만 아프리카를 벗어나는 통로가 비좁고 제한적이어서 그 숫자는 많지 않았다. 모두 합쳐 약 2천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많지 않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떠났기 때문에 ‘유전자 풀(Gene Pool)’도 다양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말하자면 우리 모든 인류는 또 그 2천 명의 후손들인 셈이다. 지금의 유럽에 사는 종족들은 7명의 어머니 후손들이라고 한다. 아프리카를 벗어나 중동지방을 거쳐 유럽 쪽으로 진출한 호모 사피엔스를 ‘크로마뇽(Cromagnon)인’이라고 부르는데 그들 가운데 7명의 여성이 오늘날 유럽인들의 두 번째 조상 어머니다. 지금의 남북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종족 원주민들은 불과 3명의 어머니 후손들이라고 한다. 시베리아에서 얼어붙은 베링 해를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진출한 호모 사피엔스 무리 가운데 3명의 여성이 그들의 두 번째 조상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앞서 설명했듯이 어떤 인종이든 우리 모든 인류는 한 어머니의 후손들로 같은 혈육들이다. 따질 것도 없이 모두 친척들인 셈이다. 영토분쟁, 종족갈등 등으로 벌어지는 전쟁은 형제들끼리 싸우는 것과 다름없다. 인종차별은 누워서 자기 얼굴에 침뱉는 어리석은 짓이다.

저작권자 ⓒ 더코리아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