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웅 중구난방] 인류진화의 원동력은 짝짓기다

김대웅 승인 2024.01.28 18:15 의견 0
김대웅 문화평론가, 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김대웅 중구난방] <인류진화의 원동력은 짝짓기다>

우리 인류는 약 700만 년 전, 침팬지에서 분화된 작은 유인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비약적인 진화를 거듭해서 만물의 영장이 되고 마침내 지구를 지배하게 됐다. 모든 동물이 진화하지만 특히 인류는 몇 차례의 획기적인 진화과정을 통해 모든 동물들의 가장 윗자리에 군림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두 발로 서서 똑바로 걷는 직립보행, 도구의 사용과 발달, 뇌용량의 획기적인 증가, 수렵과 채집, 사라진 체모(體毛), 언어사용, 불의 사용, 끊임없는 이동 등이 인류진화의 핵심적인 요소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핵심적인 진화를 가져 온 원동력은 무엇일까? 과연 무엇이 그처럼 획기적인 진화를 이끌었을까?

그 원동력은 인류만의 독특한 짝짓기, 즉 섹스였다.

일반적으로 진화는 어느 종(種)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서식환경과 먹이에 적응해 가는 것이다. 예컨대, 낱알을 쪼아먹는 새는 부리가 짧아지게 진화했고, 물고기를 잡아먹는 두루미와 같은 새는 부리가 길어지게 진화했다. 초식동물은 풀을 입 안에서 오래 씹고 갈 수 있게 어금니가 진화했으며 육식동물은 날카롭고 큰 송곳니와 악력(입으로 무는 힘)을 진화시켰다.

하지만 인류는 동물들과는 달리, 독특한 진화과정을 거쳤다. 유인원에서 인류로 가는 첫걸음이었던 직립보행은 생존을 위한 진화였지만, 그것으로 말미암아 매우 특별한 진화가 함께 이루어졌다.

인류는 두 발로 똑바로 서서 걷게 되면서 남녀가 서로 마주 볼 수 있었다. 눈에 잘 띄지 않던 남자의 성기 뚜렷하게 보였으며, 여자는 다른 동물들처럼 후배위(後背位) 자세로 교미할 때 남자의 시선을 끌었던 엉덩이가 안보이게 되자, 엉덩이 모양과 비슷하게 큰 유방을 갖도록 진화시켰다. 여자의 입술은 자신들의 음부를 옆으로 눕힌 모습과 비슷해졌다.

뿐만 아니라 여자는 눕고 남자가 여자의 몸 위로 올라 짝짓기하는 정상위(正常位)가 가능해졌다. 남녀가 온몸을 밀착시키고 얼굴을 가까이 마주하면서 친밀감과 유대감이 크게 높아졌고 섬세한 애무행위가 성적 충동을 더욱 자극했다. 그와 함께 뇌용량의 증가하면서 동물들과는 달리, 자의식(自意識)을 갖게 돼 짝짓기에서만 얻을 수 있는 놀라운 ‘쾌감’을 인지하게 됐다.

이것은 더할 수 없이 대단한 체험이었다. 모든 동물의 짝짓기는 후손을 얻어 자기 종(種)을 계승하고 보존하기 위한 성본능에서 오는 행위지만, 인류는 쾌감의 체험으로 생식(生殖)과 분리된 짝짓기, 오직 쾌감을 얻기 위한 상시적인 짝짓기가 가능해졌다. 또한 그에 따라 짝짓기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성적 욕구가 더욱 높아졌다.

약 180만 년 전, 인류의 직계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호모 에렉투스는 수렵과 채집으로 먹거리를 해결했다. 여자보다 신체기능과 체력이 우세했던 남자는 사냥으로 고기를 얻었고, 여자들은 열매나 뿌리, 견과류와 같은 식물성 먹거리를 구했다. 말하자면 남녀의 역할이 분리돼 서로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남자와 여자가 우연히 만나게 되면 당장 눈에 띄어 반가웠고 상대방의 신체조건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무엇보다 먼저 남자들이 성적 충동을 느끼게 했으며 성적 특징이 뚜렷한 성숙한 여성과는 곧바로 짝짓기로 이어졌다.

그런데 여자는 아이를 낳게 되면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곁에서 보살피느라고 자신의 먹거리 구하는 활동이 무척 어려웠다. 또한 아이를 낳고 나면 자신과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도 영양보충이 중요했는데 특히 영양가가 높은 고기가 필요했다. 고기를 자신에게 구해다 줄 수 있는 사람은 남자였다. 뿐만 아니라 자신과 아이의 보호와 안전을 위해서도 남자의 도움이 필요했다.

여자들은 남자를 자기 곁에 붙잡아 놓으려면 그에 대한 보상과 대가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것은 바로 상시적인 섹스의 제공이었다. 그리하여 여자들은 자신들의 배란기를 감출 수 있도록 진화했다.

동물들의 암컷에게는 매우 제한적인 기간의 배란기가 있다. 따라서 암컷들은 배란기가 되면 냄새, 생식기의 색깔변화 등의 성적 신호를 나타내고 수컷들은 그것에 이끌여 짝짓기를 하고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진다. 유인원과 큰 차이가 없었던 원시인류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인류의 여자들은 남자들이 쾌감을 터득함으로써 성적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알았으며, 남자가 항상 자신의 곁에 있게 하려면 언제나 섹스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했다. 그리하여 자신의 배란기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감추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더욱이 인류는 신체에서 대부분의 털이 사라졌다. 인류의 몸에서 털이 거의 대부분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항목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아무튼 남자보다 여자가 먼저 털이 사라져 더 한층 뚜렷한 몸매를 드러내면서 남자들의 성적 욕구를 자극했다.

많은 동물들은 약간의 변화가 있는 소리와 몸짓신호 따위로 서로 제한적인 소통을 하지만, 인류는 언어를 창조해서 거의 완전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됐다. 언어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남자는 더 한층 적극적으로 여자에게 성적 유혹을 할 수 있었으며 여자는 그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아울러 그것이 인류의 언어를 더욱 완벽하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것이다.

수십만 년 전, 인류는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에 따라 고기를 익혀 먹고 조리(調理)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창자의 길이가 짧아지는 등, 신체에 변화가 일어났다. 유인원 비슷하게 불룩했던 배가 들어가 더욱 인간다운 신체조건을 갖추게 되고 영양섭취가 좋아져 활동력이 크게 강화됐다.

그뿐 아니라 불의 사용은 인류의 짝짓기 행동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대체적으로 맹수들을 피해 동굴에서 생활을 했던 인류는 당연히 밤에는 잠을 잤다. 날이 캄캄해지면 잠을 자야했고 날이 밝아지면 먹거리 구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밤에도 대화나 여가활동이 가능해졌다.

특히 밤에도 짝짓기가 가능했다. 서로 은근하게 눈이 맞은 남녀가 슬그머니 동굴을 빠져 나와 무리의 눈에 안 띄는 곳에서 은밀한 섹스를 즐길 수 있었다. 이러한 진화적 짝짓기 행태의 변화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섹스는 보편적으로 밤에 이루어지는 은밀한 사적 행위가 된 것이다.

인류는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먹거리를 찾아 이동하는 생활을 했지만 그들의 발상지인 아프리카를 벗어나는 두 차례의 대이동이 있었다. 한 차례는 약 10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구대륙으로 진출하는 대이동이었고, 또 한 차례는 약 7만 년 전, 우리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신대륙인 아메리카 대륙 남쪽 끝까지 수만 년에 걸쳐 지구 전역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러한 이동과정에서 다른 무리(band)들과도 만날 수 있었다. 그 전까지 인류의 짝짓기는 혈연관계에 있는 자기 무리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근친상간이었다. 하지만 다른 무리들을 우연히 만나 서로 교류하면서 짝짓기도 이루어져 유전자의 다양성을 갖게 된 것이다. 다양한 유전자를 지닌 후손들이 대를 이어 태어나면서 인류는 더욱 번성할 수 있었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눈부신 인류진화의 핵심적이고 결정적인 진화는 모두 짝짓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언어의 사용이 비약적인 인류진화를 가져왔으며 그 원동력은 인류의 짝짓기 행태였다는 견해를 펴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일본의 저명한 동물행동학자인 다케우치 구미코(竹內久美子)박사는 “인류의 진화는 근본적으로 생식(生殖)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특히 인간의 언어능력은 남자의 바람기(外道)를 북돋우는 수단 또는 바람기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써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왔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우리와 유전자가 90%이상 같은 침팬지, 고릴라, 인간을 비교해 보면 수컷(남자)의 고환크기에 차이가 있다. 고환이 가장 큰 침팬지는 짝짓기 형태가 난교(亂交)이며 고환크기가 가장 작은 고릴라는 우두머리 수컷이 암컷들과의 짝짓기를 독점한다. 우리 인간은 그 중간이다.

[사진=김대웅]

쉽게 말하면 생물학적으로 고환크기가 클수록 정자생산이 왕성해서 많은 짝짓기를 한다. 인간의 남자고환은 침팬지만큼 크지는 않지만 작지도 않아서 일부일처에 만족하지 못한다. 또한 수컷과 암컷의 몸집크기도 짝짓기와 관련이 있다. 수컷과 암컷의 몸집크기가 비슷하면 대부분 일부일처이며, 수컷의 몸집이 클수록 일부다처, 난혼으로 여러 암컷들과 짝짓기를 많이 한다.

우리 인간은 남자가 여자보다 키와 몸집이 평균적으로 15~20%정도 크다. 따라서 남자들은 난혼은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외도의 성향이 있다. 그뿐 아니라 자신의 유전자를 되도록 많이 퍼뜨리려는 본능까지 있어서 남자들은 일찍부터 바람을 피우며 여러 여자들을 유혹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과 언어의 발달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초기인류의 남자들은 사냥이 끝나면 남는 시간을 여자들을 유혹하는 데 썼는데, 그러자면 능숙한 말솜씨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남자들은 설득력이 뛰어나다고 다케우치 박사는 지적한다.

그와 반대로 여자들은 자기 곁에 머물러있으며 고기를 가져다주고 자신과 아이를 보호하는 남자가 바람피우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했는데 그러자면 남자의 외도 여부를 알아내기 위한 긴밀한 정보교환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이웃여자들과 수다를 떨었는데, 남자의 능숙한 말솜씨, 여자의 수다가 각각 언어능력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아울러 다른 자연선택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언어능력은 당연히 후손들에게 유전돼 이어졌다는 것이 다케우치 박사의 주장이다.

설득력있는 주장이다. 인류진화의 핵심적인 요소들이 모두 인간의 짝짓기와 관련돼 있지만 인간의 언어능력이 인류의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언어능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계기가 짝짓기였기에, 인류진화의 원동력은 짝짓기라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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