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동서남북] 나는 자꾸 10년을 생각한다.

정지우 승인 2024.01.28 18:33 의견 0
정지우 변호사, 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정지우 동서남북] 나는 자꾸 10년을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10년 뒤를 생각하며, 오늘의 삶을 판단해보는 습관이 있다. 이대로 10년이 흘렀을 때, 내 삶이 기대된다면 나는 제법 잘 살고 있는 것이라 믿는다. 반면, 이대로 10년이 흐르는 게 그다지 기대되지도 않고, 불안하거나 권태롭게만 느껴진다면, 지금 내 삶의 무언가를 바꿔야 할 때라는 느낌이 든다.

이를테면, 같은 직장에 있는 나보다 10년 앞선 사람의 모습은 대략 10년 뒤의 나를 예견하게 한다. 내가 다른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면, 나는 대개 10년 뒤 딱 그 사람처럼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삶이 좋아보인다면 그대로 계속 10년이 흘러도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끔찍하거나 별로로 느껴진다든지, 원치 않는 모습으로 느껴진다면, 삶에 무언가 변화를 주기 시작해야 한다.

나는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걸 꽤나 기대하며 기다린다고 느끼곤 한다. 가령, 10년 동안 부지런히 책을 읽고 쓴다고 생각하면, 기대되는 면이 있다. 10년 동안 읽을 책들, 그러한 책들로부터 얻을 지식과 새로운 인식의 지평, 그렇게 얻은 것들을 글로 써내고 책으로 만든다고 생각하면, 확실히 10년 뒤가 기대된다. 변호사로서 10년 간의 경험과 경력을 쌓는 일이나 그동안 유튜브도 이어가보는 일 같은 것도 그렇다. 10년의 세월은 또 무엇이 되었든, 무언가를 만들고 쌓고 성장시키는 시간이 될 것이다.

물론, 10년 동안 좋은 일만 일어날 수는 없다. 조금씩 늙어갈테고, 어린 아이와 보내는 꿈같은 시절도 멀어지고 사라져갈 것이다. 부모님이나 가족이 아플 수도 있고, 경제적인 어려움의 풍파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모든 일들과 별개로, 삶에서 나를 성장시켜 나갈 수 있다고 믿는 다른 삶의 '층위'가 있다면, 역시 나는 이 삶을 사랑하며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기대의 힘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그 힘의 영역을 품어야 한다.

10년 뒤면, 나도 흰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얼굴에는 주름이 늘고 체력도 떨어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신,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책을 10권쯤 더 썼을 것이고, 부지런히 다양한 일들을 도모해서 여러 사람들과 좋은 우정을 쌓았을 것이다. 작년부터 시작한 인터뷰 프로젝트로 몇 십명은 되는 사람들의 깊은 마음을 들었을 것이다. 법적 사건도 수백 건쯤은 해보아서, 확고한 전문 영역이 단단하게 존재하고, 관련된 법률 서적도 몇 권 썼을 것이다. 세상도 많이 여행하고, 사랑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늙었겠지만, 그냥 늙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냥 늙는 것을 끔찍하게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로 '하락'만 하거나 '정체'만 되는 삶이 싫어서, 어떻게든 삶에서 '상승'하거나 '성장'하는 측면을 두기 위해 애썼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 들어감, 늙음, 세월이 흘러감을 싫어하지만은 않고 오히려 좋아한다고도 느낄 것이다. 그러려면, 세월을 허투루 쓰지 않아야 한다. 10년 동안, 좋아하는 책을 200권 쯤은 읽고, 근사한 영화 100편 쯤은 봐야 한다. 새로운 운동을 해보거나 풍경을 구경하고, 악기나 춤을 하나 새로 배워야 한다.

그래서 나는 10년을 가늠해보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다고 느낀다. 10년이면, 웬만한 고전문학들을 다 섭렵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악기 하나 쯤은 마스트 하거나, 책을 몇 권쯤은 써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권태로운 일상에 찌들어 버릴 수도 있지만, 매년을 새롭게 가꿔나가며 성장한다면, 정말로 근사한 세월이 될 수도 있는 게 인간의 삶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나는 자꾸 10년을 생각한다. 내가 기대할 수 있는 10년을 살려고, 매번 애를 써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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