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희 메타포] 젊은 날의 초상.

박상희 승인 2024.02.24 20:47 의견 0
박상희 조각가, 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박상희 메타포] 젊은 날의 초상.

90년도 초의 사진이다.

금호미술관의 기획초대로 개인전 준비할 때, 젊은 날의 초상.

그린벨트로 묶여있어 서울임에도 시골 산속 같았던 곳.

서울과 부천시의 경계.

대한제분의 종계장과 창고로 쓰였던 버려진 공간.

닭똥과 시간의 퇴적으로 두텁게 쌓인 그것들을 몇 날을 거쳐 걷어내고 삼십 대 조각가로서 첫 작품의 불꽃을 피웠던 곳이다.

작업실 이사하며 책장 정리하다 발견된 그때의 유물?^^

오랫동안 잊힌 사진.

빛났던 30대의 시간은 사라진 것일까?

기억에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저 하늘의 구름처럼 형상으로 떠있다가 사라진 것과는 다를 터

영혼을 소진하고 뼈를 깍으며 살았던 많은 작가들이 시대의 불꽃으로 남았다.

정작 쇠를 녹이며 용접하고 불똥을 만들었던 나는 불꽃처럼 살았는가?

이 사진은 20여 년이 지나간 현재의 내게 묻고 있었다.

헤르만 헷세도 보았을 저 하얀 구름은 수시로 형상을 바꾸고 겨울 햇볕은 여전히 따사로웠다.

[사진=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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