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문주 통신원] 부산 해수온천 목욕탕에서 겪은 이야기

강문주 승인 2024.02.26 12:00 | 최종 수정 2024.02.26 18:51 의견 0
강문주 통신원, 바나나롱갤러리 관장 [사진=더코리아저널]


[기고 강문주 통신원] 아주 아주 오랜만에 이전의 습관인 온천을 아침에 깨자마자 갔습니다.

부산에는 해수온천을 평범한 목욕탕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목욕탕은 사람들이 대체로 혼자 오는 곳이더군요. 그래서인지 새롭게 사귀어가는 모습을 구경하기 쉽습니다.

물에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그 사람과 저 사람이 크게 구별이 가진 않는데, 대체로 뒤집어쓴 수건색과 머리 색인 검은색입니다. 생각해보면 동양인은 검은 머리에 희게 변하니 옷을 벗고 보면 정말 통일감이 있습니다. 평생 살아와서 각기 몹시도 다를 텐데 목욕탕 모습은 통일 그 자체입니다. 약간 감동이었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새롭게 가보고 있는 목욕탕에서 겪은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거의 똑같은 모양새인데 각기 다른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내용은 각자 어떤 경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 참 개성화다 싶도록 평생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그렇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밌는건, 그들의 대화 주제를 계속 수십 년 듣다 보니 그게 유사 주제 중 하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자식에게 금붙이를 주고 통장을 줬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이야기와, 몸에 좋은 양파를 볶다가 계란을 넣어 먹으면 좋다 였습니다. 겨울에 더워 냉탕에 몸을 담그고서 듣는데 읽은 잡지 또 읽는 것처럼 아는 내용인데도 재밌었습니다. 비슷한 이야기면서도 또 구체성이 상당히 달랐거든요.

문득 다 벗고 있는 그들을 보고 있는데 그 비슷한 껍데기 속에 진짜 다른 것들이 들어있다 싶었습니다.

사람을 표현할 때 물질로 된 부분과 아닌 부분이 더해져야 하는데 그래서 미술이 물질과 정신 혹은 감정 같은 것들을 표현하려고 애쓴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늘 사람을 보면 형상과 성질에 대한 생각을 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러고보면 제가 겉의 형상과 안의 성질을 공부해서 미술과 심리를 뒤적였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드는 겁니다. 아는 것 같아도 오십살을 넘기고서야 이게 보입니다.

벨벳 골드마인 _ 서울, 그 신화의 구조 [사진=강문주]

벨벳 골드마인 _ 서울, 그 신화의 구조 [사진=강문주]

목욕탕에서 이런 사람들을 보며 지난 기사에서 언급했던 김문정 작가의 작업 중 생각나는 게 있었습니다. 작업은 사람들이 거의 같은 모양인데 서로 구조를 이루는 모습이 되도록 끼워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운데 들어가면 더 이상 사람이 연결되지 않는 사람이 표현된 것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게 왼손잡이인가, 아님 예술가인가 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같이 갔던 8살 난 아이는 레고를 하듯 재미있게 사람과 사람들을 끼워 연결합니다. 그럼 구조가 되겠지요. 평소의 저라면 너는 어느 사람 같으니 하고 심리치료사 스럽게 물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함께 한 분이 미술관 일을 하는 분이시라 그런 걸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김문정 작가의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사회의 구조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구조라는 건 어떻게든 만들어지는 것이고 자기에게 적절한 자리가 있을 수 있고 다른 구조가 되어도 문제없지 않은가 하는 마음이 들게 했습니다. 교사와 예술가의 차이는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human being puzzle _ 탄생과 재탄생 [사진=강문주]

human being puzzle _ 탄생과 재탄생 [사진=강문주]



불 꺼진 도시의 어떤 곳을 비추는 작업 프로젝트, 청소년이 그린 그림으로 메타버스 내에서 예술적 작업으로 활동하는 걸 보여주는 작업, 성취와 경쟁으로 이어진 또다른 각도로의 사회구조 이야기 등등 참으로 사람으로 생각해볼 건 다 해보는구나,

그런데 그 표현의 방향은 사람의 차이를 다르게 바라보고 생각하는 그런 시선으로 느껴졌다면 믿어지실까요? 차이의 방향이 정말 수평적 차이로 바라보는 레고 같은 그 작업을 보고 난 후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져 나갔다면 작가의 이야기를 제가 바로 들은 걸까요.

저는 마음의 강에 “돌”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어떤 날은 신기한 물수제비를 뜨고, 또 어느 날은 무거운 돌을 밀어 넣습니다. 다양한 “돌”들이 만들어내는 파문을 통해 마음의 생김새를 마주하고 낯선 자신을 발견합니다. 이 과정에서 의미 있는 울림이 생기면 그 순간에 작품이 태어납니다... ( 김문정 작가 자기를 소개하는 말)

아마 김문정 작가는 제가 어떻게 느끼고 갔다고 해도 괜찮다고 말할 거 같습니다. 그런 정도는 문제가 안 될 만큼 사람을 생각하고 보듬어보려 애쓴 사람일 거 같았습니다. 김문정 작가의 전시 의도에 사람을 좋게 보는 부분이 들어있었다면 저는 그 효과를 본 것이 틀림없습니다.

메타진주에서 진주성 공북문에 설치된 작품 모습 [사진=강문주]

메타진주에서 진주성 공북문에 설치된 작품 모습 [사진=강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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