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웅 중구난방] 인류의 진화는 호모 사피엔스에서 끝나는가

김대웅 승인 2024.02.26 13:27 의견 0
김대웅 문화평론가, 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김대웅 중구난방] <인류의 진화는 호모 사피엔스에서 끝나는가>

모든 생명체는 진화한다. 진화는 서식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체의 외형에만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몸 안에서도 진화는 일어난다. 먹거리에 따라 육식동물은 송곳니가 더욱 진화하고, 초식동물은 풀을 씹기 좋게 어금니가 진화하고, 그에 따라 소화기관들도 진화한다. 진화는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행위가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자연선택이다.

우리 인류는 뇌용량이 침팬지 수준의 약 400cc에서 1,400cc가 넘도록 진화했다. 그와 함께 지능이 크게 높아져 오늘날의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 또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현생인류는 높은 지능으로 문명과 문화를 창조하고, 자연과 환경을 의도적으로 개조하고, 온갖 먹거리를 다양하게 만들어 낸다. 그렇다면 우리 호모 사피엔스에게는 더 이상의 진화가 필요없을까? 인류의 진화는 끝난 것일까? 아니면 자연선택인 진화가 계속해서 이어질까?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짧은 기간에 가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천, 수만 년, 어쩌면 수십 만 년을 두고 아주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로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화는 반드시 자연선택적 진화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능이 뛰어난 우리 인간들에 의해 인위적이고 의도적으로 비약적인 변화를 이루어내는 것도 진화라고 말한다. 예컨대, 자연선택에 따른 우리 인간의 평균수명은 원시인류였을 때, 유인원들의 평균수명과 크게 다르지 않은 30살 정도였다. 하지만 초기인류, 호모 에렉투스에 이르러서는 불(火)을 사용할 줄 알게 되면서 음식을 조리해 먹고, 맹수의 공격 등, 위험성이 크게 줄어들면서 평균수명이 40살에 가깝게 늘어났다.

그러다가 약 1만여 년 전, 농경을 시작하고 정착생활을 하면서 주로 농경의 수확물인 곡식을 많이 먹으면서 오히려 평균수명이 줄어들었다는 견해도 있다. 어찌됐든, 우리나라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도 평균수명은 대략 50살 안팎에 불과했다. 조선왕조 임금들의 평균수명이 47세였다는 것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현재는 어떠한가? 알다시피 대다수의 선진국들 그리고 우리나라도 평균수명이 남자 70대 후반, 여자 80대 중반에 이를 만큼 크게 늘어나 장수시대를 맞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일까? 결코 아니다. 우리 인간들이 의식적, 의도적으로 끊임없이 의술을 발전시키고 약품을 개발해 온 것이 주원인이다. 이를테면 물질문명의 획기적인 발달이나 발전도 진화라고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연선택과는 전혀 무관하고, 자연선택을 극복한 인위적인 진화라고 할 수 있으며 수만 년이 걸리는 자연적인 진화와는 달리 충분히 가시적이다. 그러면 또 의문을 갖게 된다. 인위적인 진화도 진화라면 우리 인간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인간의 인위적 진화를 이끄는 것은, 역시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과학’이다. 오늘날의 과학발전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무척 빨라 도대체 어디까지 발전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인간이 쏘아 올린 우주탐사선이 목성, 토성 가까이까지 접근해서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하면, 수억Km 떨어진 우주의 아주 작은 혜성까지 정확히 맞추는 세상이다.

우선 우리 현생인류의 미래에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물론 가상이지만 획기적인 진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지구는 지금까지 모두 다섯 차례의 대멸종을 겪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대멸종은 약 6,500만 년 전, 거대한 혜성의 충돌로 공룡까지 멸종했다. 다행히 숲쥐만한 작은 포유류들이 땅속의 굴에 숨어 살며 대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 또한 그 덕분에 우리 인류도 탄생할 수 있었다.

그러한 대멸종은 자연발생적인 것이어서 언제 또 우리 지구가 혜성이나 소행성과 충돌할지 모른다. 이미 오래 전부터 우주과학자들이 그와 같은 대재앙에 대비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지구와 충돌하는 소행성, 혜성의 크기에 달려있다. 가령 그런 경우가 발생한다면 살아남은 생명체들의 진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인위적인 재앙도 예상할 수 있다. 앞다퉈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핵개발은 현생인류에게 대단히 위협적이다. 만약 어느 핵보유국에서 의도적이든 실수이든, 핵폭탄을 터뜨리고 그에 대한 핵보유국들의 연쇄반응으로 핵전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 인류는 거의 멸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새로운 진화가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들은 어디까지나 가상이며 실현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를 크게 바꿔놓을 수 있는 과학과 기술은 지금 이 시간에도 경이적인 발달을 거듭하고 있어서, 호모 사피엔스에게 어떤 형태로든 큰 변화가 올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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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등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 교수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을 가져 올 다음과 같은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유전공학이다.

유전적 생명체인 인간들이 진화론과 같은 자연선택의 법칙을 깨고 지적설계의 법칙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이 신(神)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가 쓴 <호모 데우스>의 ‘데우스(Deus)는 신을 뜻하며, ’호모 데우스‘는 ’신이 된 인간‘을 의미한다.

유전공학의 발전은 이미 개, 양, 염소와 같은 동물들의 복제를 가능하게 했으며 인간의 복제도 충분히 가능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미 인간의 유전자를 완전히 파악하고 게놈(Genom) 지도까지 만들어 놓고 있어서 언제든지 복제인간을 만들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엄청난 파장과 윤리문제로 금기시 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중국의 젊은 과학자가 유전자 편집과 교정을 통해, AIDS를 일으키는 HIV바이러스를 제거한 특수 유전자를 지닌 쌍둥이가 태어나게 한 사실이 세계적인 토픽이 돼서 큰 윤리적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 당국도 과학계의 윤리 마지노선을 훼손했다며 분개하고 있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볼티모어(David Baltimore)는 의학적으로 불필요하고 무책임한 실험이었다며 에이즈 예방목적이라고 하지만, 결국 다른 목적의 유전자 편집을 초래할 수 있다고 큰 우려를 나타냈다.

지금은 유전자 조작이 금기시 되고 있지만 언제 어느 불순한 의도를 가진 개인 또는 집단이 복제인간을 탄생시킬지 모른다. 만약 복제인간을 무제한적으로 만들어낸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유발 하라리는 생명공학의 발전이 현생인류를 완전히 멸종시키지는 않겠지만 우리를 더 이상 호모 사피엔스가 아닐 수 있게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둘째, 사이보그 공학이다.

사이보그(syborg)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용어로 유기물과 무기물의 결합을 일컫는다. 유기물인 인간과 무기물인 기계를 결합으로 초능력을 지닌 새로운 인간으로 개조하는 것이다. 197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의 드라마 시리즈 <6백만불의 사나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인간의 신체기관들과 기계를 결합시킨 초능력인간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로 그 비용이 6백만 달러가 들어 6백만불의 사나이다.

1974년부터 78년까지 방영된 <6백만불의 사나이> 포스터 [사진=김대웅]


벌써 40여 년 전에 그런 가상인물을 창조했지만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날, SF영화나 소설들은 한결같이 외계인을 등장시켰지만 요즘은 블록버스터 영화나 청소년, 신세대들이 즐기는 각종 컴퓨터 게임 등에는 사이보그가 넘쳐난다.

어느 일간지의 컬럼에서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라고 했다. 스마트폰, 인터넷, SNS 등과 떨어져서는 아무 것도 못하는 인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컴퓨터와 인간육체의 합성으로 인조인간이 탄생할 것을 예상했다. 컴퓨터가 인공신경과 생체 칩의 형태로 개발돼 우리 육체에 이식시켜,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지적 능력과 아이언맨(Iron Man)의 강철같은 신체기능을 지닌 합성인간, 인조인간이 탄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미래에 그런 사이보그가 대량으로 생산된다면 호모 사피엔스는 과연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셋째, 비유기물 공학이다.

인간의 뇌 전체를 컴퓨터 안에서 재창조해서 유기체(생명체)가 아니라 완전히 무생물적 존재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물학에서 말하는 생명은 없지만, 인간처럼 생각하고 살아서 움직이는 무기물이 대량으로 탄생한다면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자연선택적 진화를 우리가 전혀 느낄 수 없듯이, 인간이 창조한 과학기술이 인위적으로 인간 자체를 어떻게 진화시킬지 우리는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어떤 인위적 진화가 이루어질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유발 하라리는 이미 만물을 창조하는 조물주 신(神)이 된 우리 인간이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어떤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하는지, 그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라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한다. 과학기술을 눈부신 발달로 만물을 창조할 수 있는 신적인 존재가 돼버린 우리는 자연선택적 진화에 의지하지 않고, 얼마든지 인위적으로 우리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되기를 원하는가? 그에 따라 호모 사피엔스는 진화할 것이다. 다만 그 바탕은 과학기술에 앞서 인간의 품성인 참다운 ‘인간성’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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