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감성일기] 판옵티콘에 갇히다.

이대영 승인 2024.03.02 12:01 의견 0
이대영 문학박사, 중앙대예술대학원장 [사진=더코리아저널]


[이대영 감성일기] 카프카의 소송을 서둘러 끝내다.

방학 두 달, 개인적 욕망을 폐하고, 교육봉사의 심정으로 언 땅을 녹여, 씨앗을 심고 봄을 기다리다, 몇몇 씨앗을 토닥이다. 싹이 트고 꽃이 필 날이 머지않다.

인간의 품격은 돈과 외모와 인기와 권력에 의지하지 않는다. 메타포가 괜히 있는게 아니다. 인간이 수렵시대를 지나 무리지어 살게되면서 갈등과 갈등을 쪼개고 욕망과 욕망을 억제하며 법과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 때, 그 개인들의 주체할 수 없는 욕망과 갈등을 이겨내고자 창조한 언어기술, 그게 메타포이다. 자연과 생명과 돌과 바람과 인간이 융합적으로 공존할 수 있었던 가장 오래된 기술이 메타포이다. 품격의 언어 말이다.

다만, 메타포가 메가폰이 되면 세상은 희화된다. 3차원이 2차원의 평면으로 짜브라진다고나 할까. 고함이나 아우성만 남은 채로 말이다.

메타포가 사라진 합창은 장맛철 양철지붕을 때리는 소나기보다 더 시끄럽고 소란스럽다.

꿈자리가 사납다.

2월 28일 예총 회장 선거를 필두로 4월까지, 크고작은 현대판 전쟁이 시작된다. 대학도 수강신청 전쟁이나, 봄은 아직 적도 근처를 배회하고, 연구보고서는 입을 벌린 채로 내 표정만 감시하고 있다.

판옵티콘에 갇히다. 흡사 K가 나인듯 초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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