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우 외계인수첩] 뭔 엽서가?
며칠 전 부터 현관 입구 바닥에 옛날 엽서가 하나 떨어져 있던것이 눈에 띄어
집어 들었다. 분리수거통에 버릴려고ᆢ
어린아이 글씨체로 무성의 한 듯 씌어진 너무나 촌스런 성탄 축하 엽서 한장,
심지어 그림엽서도 아니고 그냥 우편엽서다.
누가봐도 푸대접 하고싶은 초라한 옛날 우편엽서에
" 축 성탄 ! 근하신년 ! ",
"새해에도 건강하게 매사에 열성을 경주 하기를 바랍니다 !" 라고 쓰여 있었다 .
" 어떤 아이가 이런 걸 써 보냈을까 ? "
생각하며 집어들고 뒷장을 보니 낮익은 글자가 보여 뭉클했다.
"박낙원 선생님이다 ! "
손에 힘이 없는 선생님이 이젠 아이처럼 글자를 그리시고 주소와 이름은 반듯한 글씨를 쓰는 젊은이에게 손을 빌렸구나.
뭉클하고 뜨겁다 !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또 한해를 지나는 내게 9순이 넘은 선생님은 위로와 질책을 담아 보내신거다 .
내년에는정말 예수처럼 " 매사에 열성을 경주하라!" 는 선생님 말씀을 꼭 들어야겠다 .
아이가 쓴 것 처럼 보이는 우편엽서를 들고 박낙원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아부지 ! 별 일 없지? 고등학교 때도 우린 그렇게 통했다.
아이처럼 변해가는 "아부지" 에게 어른처럼 해줘야지 ᆢ
"박낙원 선생님 은퇴식에서 "
# 옛날에 이런 적도 ^^
박낙원 선생님!
그의 꿈은 아인슈타인이나 미켈란젤로를 키워내는 일이었습니다.그의 전 생애는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40여 년의 세월이 흘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는 그 꿈을 접습니다.
그 앞에 선 우리는 한 사람도 아인슈타인이나 미켈란젤로 같은 이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오늘,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다 이루었다”고 그 앞에 선 우리는 지금, 참으로 부끄럽습니다.그의 전 생애가 우리의 어깨 위에서 산산히 부셔져 내리는 허망을 느낍니다.
그래도 그는 담담히 말합니다. “이제, 너희를 통해 내 꿈을 다 이루었다!”고
그는 꿈꾸듯이 다시 말 합니다. “지금 여기 열명의 아인쉬타인 , 백 명의 미켈란젤로를 키워낼 수 있는 훌륭한 아버지들이 이제, 내 앞에 있다”고
우리는 그를 아버지라 부릅니다. 예전에도 그러 했듯이…
재학 중에, 선생님보다는 늘 아버지라 불렸던 은사님의 은퇴식에 올렸던 글 중 일부입니다.
소주 한 잔 올리고 싶은 마음으로 이 글을 꺼내봅니다.
“박 낙원” 선생님 건강하세요.
선생님을 위해 아인슈타인의 흉내라도 내보고 싶은 오늘, 저녁에 술 한 병들고 갑니다! 오늘은 좋은 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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