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희 메타포] 호흡처럼, 숨결처럼 아작의 그림

박상희 승인 2024.03.16 06:07 의견 0
박상희 조각가, 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박상희 메타포] 호흡처럼, 숨결처럼 아작의 그림 / 조각가 박상희

아작의 그림을 보면 기분이 좋다.

행복했던 유년 시절의 과거를 소환하고 그때처럼 내가 다시 어려지고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서다.

그림엔 작가의 지난 시간이 보이고

현재의 작가에겐 지나간 시절이 보인다.

꿈과 사랑이 작가의 영혼과 몸에 스며 세포 하나하나에 살아있는 듯하다.

그녀의 형제들과 산과 들에서 뛰어놀던 유년의 추억과 행복이 동화책의 삽화처럼 저장되어 그리고자 할 때마다

한 장면 씩 옮겨놓는 듯하다.

그것은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마치 들숨 날숨처럼, 호흡처럼, 숨결처럼 그렇게 넘쳐나오는 것이다.

그녀의 회화는 자신을 닮았다.

그녀의 그림은 꾸밈없고 순수하다.

그녀를 보다 보면 그림 속에서 그녀가 어른이 되어 그림 밖으로 나온 듯하고 그림을 보면 현실의 그녀가 어느새 아이의 모습으로 다시 그림 속으로 들어간듯하다.

그녀의 그림은 어린아이 그림처럼 자유롭다.

그녀의 그림은 일부러 잘 그리려고 애쓰거나 세련되게 표현하려고 하지않는다.

피카소는 "라파엘로처럼 그리기가 4년이 필요했으나 어린아이처럼 그리기는 평생이 걸렸다."라고 한다.

또한 "그린다는 것은 맹인처럼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낀 것을 그리는 것."이라 했다.

어른이 되어서 잘 그리는 것은 오히려 쉽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의 감성을 잃지 않고 아이의 눈으로 자신이 느낀 것을 그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신이 좋아하던 인형과 언니, 또는 엄마 손의 따듯한 체온의 기억을 그림으로 일기 쓰듯 그려낸다.

그녀와 얘기하다 보면

맑은 공기의 숲속에 새들과 함께 있는 듯하고 나의 마음도 맑아지는 듯하다.

몽상 속에서 유영하듯.

이 세상의 아프고 상처 주고 상처받는 곳으로 굳이 나오려고 하지 않고 욕심 없이 자신만의 세상에서 그리는 것이 마냥 즐겁고 그것으로도 충만하듯 하다.

소설가이거나 화가이거나 시인이든 누구나 자신이 겪은 시간을 벗어날 수 없다.

그 경험에서 과거를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하고 투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작의 그림은 자신의 과거이자 현재이기도 하다.

아작의 그림은 보는 이에게 자신의 그림을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이도 그냥 그의 그림을 보고 자신의 유년과 기뻤던 시간을 앨범을 함께 찾아보듯 같이 공유하고 잠시 꿈을 꾸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갤러리의 창문을 통한 봄날의 햇볕과 바깥 풍경이 아작의 그림과 닮아 더욱 좋았다.

바람 불어 좋은 봄날,

산책하듯 그림 보듯~~~

[사진=박상희]

***숨결

2024.03.08(금)-04.03(수)

*HOARD 갤러리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1길 54-3 /T.02)723.1204

11AM- 21PM/휴무(closed) 월(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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