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웅 중구난방] 부부는 왜 닮아 갈까

김대웅 승인 2024.03.16 07:48 의견 0
김대웅 문화평론가, 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김대웅 중구난방] 부부는 왜 닮아 갈까

흔히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고 한다. 부부는 한 마음, 한 뜻, 한 몸이라는 것이다. 또 부부는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도 한다. 비슷한 남녀가 만나 서로 믿고 사귀고 따른다는 의미다.

물론 남녀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핏줄도 다르다. 어찌보면 남남이지만 무엇인가 서로 끌리는 감정이 있어서 사귀고 사랑하고 결혼한다. 그런데 가정을 이루고 함께 살아가면서 부부는 서로 닮는다. 생각과 사고방식, 행동, 성격, 심지어 생김새까지 닮는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 성장과정과 환경이 전혀 다른 남남인데 부부는 왜 닮을까?

그 원인과 이유에 대해 심리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등의 꾸준한 연구가 있어왔다. 그리고 여러 견해들이 제시됐는데 먼저 유전적 요인을 지적하는 학자들이 있다. 우리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이성을 배우자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제일 아끼고 애착심을 갖는다. ‘자기애(自己愛)’라는 본성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과 매우 비슷한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끌린다. 자기 자신과 생김새, 성격, 행동 등이 비슷한 사람은 당연히 자신에게 익숙하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그것은 이성(異性)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러 면에서 자신과 매우 비슷한 이성과 결혼해서 부부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외국의 여러 연구들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서로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했으니까 부부가 닮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성장환경이나 배경, 생활방식이 비슷한 남녀가 결혼하면 서로 공통점이 많고 가치관이나 신념 등도 비슷하기 때문에 부부관계가 원만하고 안정적이라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사실 그러한 견해가 아니더라도 경제수준, 교육수준 등이 비슷한 남녀가 결혼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것은 이미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혼은 반드시 자신과 비슷한 이성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과 정반대의 이성과 결혼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를테면 적극적인 남자와 소극적인 여자, 외형적인 남자와 내성적인 여자, 마른 체형의 남자와 풍만한 여자, 키 큰 남자와 키 작은 여자 등, 생김새나 성격이 다른 남녀가 결혼하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나 실패가 적고 부부관계가 원만하며 생물학적으로도 다양하고 우량한 유전자를 후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오랫동안 부부생활을 하면서 서로 닮아간다. 습성이나 식성(食性)이 닮고 말투, 어조 등의 표현방식도 닮고 체형도 닮아간다. 오랜 세월을 함께 살면서 먹는 음식도 거의 같고, 어떤 상황에 대해 비슷한 감정을 갖게 되고, 서로 무의식적으로 모방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학자들은 부부가 함께 오래 살면 공통으로 겪는 일들이 많아 희노애락의 감정표현이 비슷해지면서 주름살도 비슷해져 닮아 보인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턱이나 볼 등의 고유한 특징이 사라져 유전적 유사성이 눈에 더 잘 띄기 때문에 부부의 얼굴이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같은 음식을 먹고 라이프 스타일도 비슷해지면 신체의 면역체계도 비슷해져 서로 닮게 된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부부가 서로 닮는 것은 결코 흉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부부생활이 원만했다는 증거이며 삶의 훈장이기도 하다.

서로 닮아가는 노년의 부부 [사진=김대웅]

최근 영국의 리버풀 대학교 연구진은 ‘부부가 오래 살면 살수록 닮아간다’는 비과학적 사실을 과학적 사실로 밝혀냈다. 얼마나 자주 웃느냐 찡그리느냐에 따라 특정 얼굴 근육과 주름이 당기고 펴지면서 결정되는데, 오래 살수록 부부의 감정 표현이 비슷해지면서 근육과 주름의 움직임이 같아져 얼굴 표정이나 인상이 닮아간다는 것이다. 즉 결혼생활을 하면서 부부가 서로 웃고 즐긴다면 둘 다 좋은 인상을 갖게 되고, 서로 싸우거나 인상을 많이 쓰면 결국 주름이 많이 느는 얼굴 형태로 바뀌게 된다.

미국의 저명한 여성인류학자 마가렛 미드(Margaret Mead)는 여성들에게 결혼은 한 번이 아니라 세 번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했다. 첫 번째 결혼은 만족스런 성(性)생활 상대, 두 번째는 자녀들의 교육을 책임질만한 상대, 세 번째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 상대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말마따나 이상적인 결혼일 뿐, 실제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녀는 자신의 주장처럼 세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전 남편들과 그의 새로운 아내들과도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1978년 78세로 세상을 떠난 그녀의 인생이 과연 행복했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나라에도 네 번 결혼하고 네 번 이혼한 원로여배우가 있다. 현재 혼자 살고 있는 그녀에게 남자에 대해 물었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

“살아보니까 대단한 남자는 없더라. 나이 많은 남자하고도 살아보고, 나보다 훨씬 어린 남자하고도 살아봤지만 남자는 항상 부족하고 불안한 존재더라...”

결국 남자는 모두 똑같다는 얘기다. 모두 각자 다른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하기는 여자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다만, 배우자의 단점과 자신의 단점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결혼생활의 성패가 달려있다. 그러한 단점들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 아니라면 서로 긍정적인 마인드로 잘 조절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원만한 부부생활의 지혜다.

요즘 혼자 살겠다는 독신주의와 비혼(非婚)풍조가 만연한 것을 예외로 한다면 ‘헌 신짝도 짝이 있다’는 옛말이 맞는다. 결혼할 뜻이 있는 남녀라면 누구나 결혼할 수 있다. 어떤 이성을 배우자로 만나더라도 결혼은 일생에 한 번으로 충분하다. 부부는 서로 맞춰가며 살아가는 것이다. 부부가 서로 닮아간다면 그것도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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