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영 감성일기] 빛과 나비를 닮은 머그

이대영 승인 2024.03.16 08:07 의견 0
이대영 문학박사, 중앙대예술대학원장 [사진=더코리아저널]


[이대영 감성일기] 갑진년 첫 입고 된, 빛과 나비를 닮은 머그다.

며칠 전, 머그가 빈 연구실에 홀로 들어온 것을 보다. 누구지? 예쁜 암호를 품고 날아온 리옹의 나비. 나비엽서의 이니셜을 보니 첨단 최정인 교수님이다.

그 다음날에도 빈 방에 또 머그가 있어 열어보니 리옹이다. 정민이다. "리옹 머그는 없을 것같아 하나 품어 왔어요." 오호, 딱 보아 사제가 함께 영화 일로 리옹에 다녀왔구나. 미루어 짐작하고 고마움에 통화를 하니, 역시나 그렇다고. 뤼미에르의 고향에 가다니. 부럽다.

빛의 도시 리옹이 연구실을 밝히다. 맥주를 들고 구글로 프랑스 지도를 뜯어 보다. 리옹 저기 있군. 굉장하군. 여기 저기 다녔겠군. 멀어지니 바르셀로나도 보이고 오디세우스 유랑했던 지중해가 보이고.

아. 일해야지. 인쇄소에 챕터 포를 넘기고 편집본 샘플을 내일 받기로 하다. 챕터 쓰리가 입을 벌리고 나를 기다리다. 글벌레를 닥치는대로 잡아먹으려 내 손끝만 노리고 있다.

어차피 밤새워 글밭 쟁기질해야 하잖아. 그러니 일단 풀자. 자유로운 영혼이어야 글월도 쏟아지는거 아니겠어. 한 잔 풀고 시작해야지. 취해야지.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시간아 멈추어다오.

[사진=이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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