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주 문예평론가, 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이만주 문예만보] 당신은 축복받은 사람 / 이만주
근세조선 역사에서 가장 위대했던 두 분
영원히 기리기 위해
광화문에 동상으로 세워진
세종대왕과 충무공
공히 53세에 돌아가셨다
그것도 정확히는
충무공은 53년에서 일곱 달 반을 더 사셨으나
세종대왕은 53년에서 두 달을 못 채우셨다
튀르키에의 국부, 케말 파샤는 57세
삼국을 통일하신 문무대왕은 55세
유럽의 정복자, 나폴레옹은 52세
그 탁월한 영웅들이 모두 50대에 타계했다
조선의 개혁군주, 정조 임금은
48세에 붕어하셨다
오호통재라!
그는 영명했으나 그의 사망 후
조선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가 할아버지 영조처럼 80대까지 장수했더라면
아마도
나라가 망하는 일은 없었을 터이다
한국미의 본령을 시로 내보인
시인 조지훈
문인들이 진정코 그의 그물에 걸리기를 원했다던
문학평론가 김현
두 분 모두 귀중한 저작들을 남기고
지금으로서는 청년이라고 할 48세에 종명하셨다
교향곡, 오페라 포함
600여 곡 이상을 작곡한
모차르트는 35세에
현대시 여명기에
주옥 같은 시들을 쏟아놓은
김소월은 32세에
이승을 하직하셨다
봄봄, 동백꽃 등 30여 편의 단편을 쓴
김유정은 29세에
다양한 문학 장르에서 천재성을 보인
이상은 27세에
요절했다
중당(中唐) 시절
240여 편의 기궤하고도 찬란한 시를 남겨
시귀(詩鬼)로 불리던
이하(李賀)는 26세에
단절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대속하시며
성육신(成肉身)을 끝내신 게 34세
마호멧이 승천하신 게 62세
어지셨던 공자님은 오래 사셨다
하지만 지금으로는 펄펄한 나이인
72세에 승하하셨다
부처님은 80세에 열반하셨다는 게
유력한 설
허나,
왕자의 신분으로 태어나고 장수하셨다지만
생후 7일에
어머니인 마야부인을 여의었다
행복했던 삶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당신이 지금 그 춘추에
세끼 잘 드시고
두 발로 멀쩡히 걸으신다면
당신은 선택되고 축복받은 사람이다
*** 모두, 만 나이에 따랐다.
#선택된사람 #축복받은사람
[사진=이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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