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웅 중구난방] 유딧과 홀로페르네스: 어떻게 장군은 목이 달아났는가
만일 삼손과 데릴라의 이야기를 블레셋 사람들의 시각에서 서술한다면 과연 어떻게 바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삼손은 우리도 보았듯이 성인이 아니며, 데릴라의 행동은 아마도 삼손의 적들에 의해 영웅적인 것으로 그려졌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 시대의 다른 문학 작품을 살펴본다면, 어떻게 데릴라가 묘사되었을지 다소나마 알 수 있다. 남자를 유혹하고 급격히 몰락시킨 경우는 데릴라가 유일한 것이 아니었다. 성서에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몇 개 더 있다.
다소 덜 알려져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유딧서’(The Book of Judith)이다. 기원전 6세기에 씌어진 이 책은, 유딧이라는 이스라엘의 아름답고 독실한 한 미망인이 아시리아의 대장 홀로페르네스를 죽임으로써 동족을 구한다는 전설의 일종이다. 강력한 적군에 의해 위협받는 것을 본 베툴리아 출신의 미망인 유딧은 하나님께 기도를 하고, 그녀의 하녀와 함께 적군 대장을 만나려고 길을 떠난다.
그들의 눈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비쳤던 그녀는 아시리아 정찰대에 붙잡혀 대장의 숙소로 호송된다. 그녀가 그의 막사로 불려갔을 때, 그녀의 미모에 감탄한 병사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들이 있는데 누가 이 민족을 경멸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전 세계를 매혹시킬 것이다.”라고 했다(‘유딧서’ 10장, 19절) .
나흘간 먹고 마신 뒤 홀로페르네스는 유딧과 동침할 준비를 하면서, “그녀는 얼굴이 예쁠 뿐만 아니라 언변도 뛰어나단 말이야…… 이런 여자와 동침을 하지 않고 보내준다는 것은 불명예가 될 거야. 만약 우리가 그녀를 유혹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우리를 비웃을 거야.”라고 생각한다. 유딧이 그의 숙소로 들어오자, “그녀를 처음 봤을 때부터 그녀를 유혹하기 위한 기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홀로페르네스는 황홀해지고 욕망이 불타올랐다.”(‘유딧서’ 12장, 16절)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남자들이 그렇듯이, 홀로페르네스는 술에 너무 많이 취해 실신해서 쓰러진다. 유딧은 그의 칼을 뽑아 머리카락을 잡고 목을 벤 다음, 머리를 멀리 내다버린다.
유딧은 영웅으로, 데릴라는 악당으로 묘사한 것이 다소 논의의 초점을 흐리게 할 수도 있지만, 나는 두 이야기가 확실히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두 이야기에 등장하는 남자는 단순한 남자가 아니라, 지나칠 정도로 큰 힘을 가진 남자들이다. 즉 한 명은 초인적인 힘을 가졌고 다른 한 명은 대장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여자들을 만나면 그들은 판단력을 잃고 정신을 못 차린다. 그들은 엄청나게 강하게 묘사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몰락은 더욱 극적인 면을 보여준다.
또 다른 유사성은 남자의 머리카락과 머리를 잘랐다는 명백한 상징성이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행동을 상징적 거세의 한 형식으로 규정한 최초의 관찰자였다. 유딧은 데릴라의 행동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즉 데릴라는 단지 삼손이 패배할 무대를 마련한 반면에, 유딧은 스스로 행동으로 옮긴다. 더할 나위 없이 강한 남자가 연약한 여자에게 패배한다. 섹스를 열망하던 남자는 힘을 잃고 무기력하게 되어버린다. 성적 유혹을 떨쳐낼 능력이 없기 때문에, 머리카락과 머리 그리고 그것들이 상징하는 모든 것들을 잃어버린다. 게다가 홀로페르네스의 경우, 유딧이 침대 위에 놓여 있는 그의 칼로 그의 머리를 베어버린다고 말하는 본문은 이러한 해석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홀로페르네스의 (칼로 상징되는) 무모한 남성다움은 결과적으로 (참수로 상징되는) 자신의 거세를 초래한다. 신약성서 <마태오의 복음서>14장과 <마르코의 복음서>6장에 나오는 살로메를 보라. 헤로디아스의 딸인 그녀는 원래 삼촌이었던 의붓아버지 헤롯 왕을 위해 춤을 추는데, 그는 살로메가 춤을 추면 무엇이든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러자 그녀는 자신의 유혹을 뿌리친 세례 요한의 머리를 원했다. 결국 그의 머리는 커다란 은쟁반 위에 올려져 살로메에게 주어지고 만다.
확실히 아름다운 여자 때문에 멸망을 자초한 남자들은 상당히 많지만, 여자의 유일한 목적이 남자의 몰락인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남자들을 “거세”하는 여자들은 남자의 뿌리 깊은 공포심을 자극하는 고대의 이야기에만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들의 기원과 역사적 사실이 무엇이든 간에, 비록 생소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섹스와 권력의 만남은 주목할 만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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