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명철] 불놀이야, 빗놀이야

윤명철 승인 2024.04.17 11:53 의견 0
윤명철 역사학자, 시인 [사진=더코리아저널]


[기고 윤명철] 불놀이야, 빗놀이야 / 윤명철

불놀이야.

불놀이.

땅바닥서 주서 온

찌그러진 미군 깡통

쇠 못으로

숭 숭

구멍들 뚫고.

누우런 지푸라기들

쿡 쿡

들쑤셔 넣고.

누군가 갖고 온

자전거 바퀴 딱 한 조각 넣고.

부뚜막에서 들고 온

곽석냥 속 한 가치 꺼내

불질는다.

돌린다.

돌린다.

빙빙.

빙빙.

두 눈 알들 마주치며.

히히거리며.

두 팔들 활짝 펼치며.

빙빙.

빙빙.

불깡통 휘돌린다.

불단지 휘돌린다.

햇님 오시라고.

달님 오시라고.

뭉게구름

들녘 위로 너울거리며

혼불인 양

불무지개로 휘청거린다.

근데.

이제는 그만두자.

신령스런 불지르기

재미있는 볼놀이

라도

이젠

그만 두자.

너도 나도

멋대로 피우는

불장난 질에

곰팡이 슨 늙은 도시들

틈 틈 새까지

새까망 연기들

꽉 꽉

채워졌다.

연기에

그을린 사람들.

불길에 덴

心腸들

여기저기 젖은 낙옆처럼 나뒹군다.

이젠

이젠

비맞이 하자.

빗놀이 하자.

몇이라도 모여

짚도롱이 둘러쓰고

당산으로 뛰어 올라가자.

꺽은 생솔가지들

항아리 속 샘물 찍곤

훌 훌

훌 훌

뿌려대자.

신들린 듯

불씨남은 세상 적셔보자.

狂火

狂風

狂心

오셔야지.

오셔야지.

불길 잡을

靑비

綠비

藥비

오셔야지.

불놀이.

아, 불놀이

우리들 놀이

다 사라지고.

검댕이 칠한

광인들 불장난들.

세상 태워버리는

불놀일 랑

소진시켜 버리고.

비맞이.

빗놀이 하자꾸나.

빗놀이야.

빗놀이야.

봄 비들 쏟아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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