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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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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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메타포] 새벽, 산책하며 / 조각가 박상희
이 생에 살아있다는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차습하고 신선한 바람은 온몸을 부드럽게 훑어 지나가고 저 멀리서는 닭이 울고 오리가 놀라 푸드득 날아간다.
비록 구름 한 점 없는 장마철의 흐린 하늘의 새벽이나 지금의 내 마음은 참으로 편안하다.
문득
서산대사인 휴정스님이 하루는 용성(龍城:전북 남원)에 사는 벗을 만나러 가는 중, 별 마을(星村)을 지나다 한낮 닭 우는 소리[午鷄聲]에 자신의 진면목(眞面目)을 깨달아 읊었다는 오도송이 절로 떠오른다.
髮白非心白 (발백비심백)
머리는 희어져도 마음은 희어지지 않다고
古人曾漏洩 (고인증루설 )
옛사람 일찍이 말 하였거늘
今聞一聲鷄 (금문일성계)
지금 닭 우는 소리 듣고
丈夫能事畢 (장부능사필)
장부의 할 일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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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지가 아니더라도 이런 깨우침의 오도송을 생각하며 산책하는 지금의 이 순간을 가슴 깊이 들어마신다,
절로 서산대사의 또 다른 해탈시(解脫詩) 가 떠오른다.
生也一片 浮雲起 / 생야일편 부운기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死也一片 浮雲滅 / 사야일편 부운멸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짐이니~~~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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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의 작은 수로에 갇힌 개구리가 안타깝다
이 짧은 산책길에도 모든 생의 생로병사가 보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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