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웅 중구난방] ‘플래시보’(위약) 효과란 무엇인가

김대웅 승인 2024.08.17 18:53 | 최종 수정 2024.08.17 20:28 의견 0
김대웅 문화평론가, 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김대웅 중구난방] ‘플래시보’(위약) 효과란 무엇인가

모든 동물 가운데 우리 인간은 몸집과 비교했을 때 뇌가 가장 크며 그만큼 뇌용량도 압도적으로 크다. 뇌용량이 크다는 것은 지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말해 주고, 뇌에 엄청난 세포조직이 활성화돼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따라서 인간의 뇌는 무게가 우리 몸의 2%에 불과하지만 무려 20%의 에너지를 소모한다.

우리는 뇌작용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고, 수많은 상황들에 대해 이성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므로써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풍부한 감정을 갖게 한다. 뇌의 정보분석과 판단은 곧 우리의 ‘마음’이 되어 심리상태로 발현한다.

우리 인간의 심리상태는 저마다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개인차가 있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비슷하게 나타나는 공통성도 있다. 그러한 심리적 공통성 가운데 하나가 ‘플러시보 효과(Placebo Effect)' 즉 ‘위약효과(僞藥效果)’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Placebo는 ‘내가 기쁘게 해주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간단히 말하면 위약효과는 의사가 가짜 약을 주었을 때 환자가 진짜 약으로 믿고 복용함으로써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 것을 말한다. 물론 모든 질환에 위약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며 외상에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제약회사에서 신약을 개발하고 임상실험을 할 때, 보편적으로 임상대상자들을 두 파트로 나눠, 한 파트에는 아무런 약효가 없는 밀가루, 설탕 따위로 만든 가짜 약을 주고 다른 파트에는 새로 개발한 진짜 약을 줘서 그 효과를 실험하는데 가짜 약을 먹었는데도 분명히 위약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몸에 이상증세가 있어 약을 먹든 병원에 가든, 어떤 상황이 주어지면 뇌가 특정한 물질을 분비하는데 주로 진통에 효과가 있는 물질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물질이 분비되면 신체가 그것을 감지해서 실제로 통증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약효과는 의학적으로도 검증된 병리현상이다.

위약효과 [사진=김대웅]

하지만 위약효과는 어디까지나 심리적 효과일 뿐이다. 가령 알콜성분이 없는 음료를 술꾼에게 제공하고 좋은 술이라고 하면 자꾸 마시다가 정말 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처럼 약을 먹거나 병원에 들어서면 이미 심리적으로 치료가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약이나 병원이 병을 낫게 해준다는 인식이 경험을 통해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 치료효과가 있다고 굳게 믿거나 믿고 싶은 심리도 마찬가지다. 어린아이가 배가 아플 때 엄마가 배를 쓰다듬어주며 “엄마 손은 약손이다.”하고 되풀이해서 말하면 정말 배가 낫는 듯한 느낌, 몹시 아파하는 아이를 엄마가 안아주면 통증이 줄어드는 느낌, 이러한 것들은 아무런 약도 먹지 않지만, 일종의 위약효과라고 볼 수 있다.

주술사의 주술이나 무당의 굿 따위에도 위약효과가 있다. 그들이 낫게 할 수 있다는 강력한 암시에 진짜로 나을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말하자면 환자의 마음이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최면이 되고 자기확신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신앙인들의 기도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무엇인가 간절히 기구하며 기도를 하면 우선 마음의 위안을 얻고 편안해 진다. 그리하여 어떤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 신(神)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었다고 기뻐한다.

위약효과란 의사와 환자, 치료하는 자와 치료받는 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형성되고 믿음이 있을 때 심리상태가 안정되며 자신의 질환이 낫는 듯한 느낌을 얻는 것이며 실제로 치료효과를 가져 오기도 한다.

원효대사의 해골물.

플러시보 효과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불교의 대표적 가르침인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플러시보 효과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가 있는데, nocebo는 플래시보와 반대로 라틴어로 ‘너에게 해로울 것이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렇게 부정적인 말을 하고 아무런 작용도 하지 않는 가짜 약을 주면 복용하고 얼마 지나서 정말 두통 따위의 병적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따라서 병원에서 의사가 약을 처방하면서 이 약이 효과가 뛰어나지만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면, 환자는 부정적인 예상이 심화돼 치료결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심리상태가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다.

‘가르시아 효과’(Garcia Effect)도 있다. 어떤 특정한 음식을 먹고 체하거나 심하게 구토했던 경험이 있을 때, 그 음식을 기피하고 마지못해 먹으면 속이 불편해지는 효과를 말한다. 또 흔히 ‘낙인 효과’라고 하는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도 있다. 도벽이 있거나 거짓말쟁이 등으로 부정적인 낙인이 찍혀있는 사람은 실제로 그런 행동을 되풀이하게 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다만, 위약효과든 노시보 효과든, 가짜 약을 주면서 환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윤리적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위약효과가 환자에게 긍정적 마음가짐을 갖게 하고, 그러한 긍정적인 태도가 삶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위약효과가 기대하는 바람직한 가치가 될 것이다.

...***필자소개 / 김대웅

그는 한국외대 독일어과를 나와

문예진흥원 심의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충무아트홀 갤러리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1일 1지식>,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따 좋은 교양시리즈인 최초의 것들>, <영어잡학사전>, <신화와 성서에서 유래한 영어표현사전>, <그리스 7여신이 들려주는 나의 미래>, <커피를 마시는 도시>, <교과서 밖 한국사> 등이 있으며 편역에는 <배꼽티를 입은 문화>, < 반 룬의 세계사 여행>, <라틴어 격언집>(공역)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나중에 온 이사람에게도>, <레오나르도 다빈치>, <시민 불복종.(공역), <한 권으로 쉽게 읽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공역) ,<루카치의 미학사전> 등이 있으며,

해설서로는 <숨겨진 그리스 로마 신화>, <플리니우스의 박물관> 등이 있으며,

동화번역으로는 <나는 곰이란 말이에요>, <터키 전래동화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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