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감성일기] 진정성 있는 꿈은 이루어진다

이대영 승인 2024.09.01 23:19 의견 0
이대영 문학박사, 중앙대예술대학원장 [사진=더코리아저널]


[이대영 감성일기] 진정성 있는 꿈은 이루어진다

태양계 행성은 정원이 아니라 타원으로 돈다. 사실 타원은 태양을 좇아가기 위해 스스로 별 둘 사이를 도는 중용의 부드러운 역학이다.

국민학교 때 릴레이 선수였다. 잘 달리기도 했지만, 운동선수에게는 우유 하나를 공짜로 주었다. 달동네 시절 그것을 먹기 위해 아침 일찍 등교하여 운동장을 달렸다. 코너링이 퍽 힘든데 그걸 맡았다. 운동장은 스스로 기울어지지 않으니 내 스스로 무게중심을 잡고 땅바닥 비스듬히 잘 기울어져 달려야 하는 것이다.

해가 기우는 석양이면 그림자가 길다. 곧 어둠이 온다. 어젯밤 꿈이다.

갑자기 경인고속도로가 산처럼 일어나는 바람에 모두들 차를 버려두고 경사면을 기어 올랐다. 모두들 스파이더인지 아이젠인지 기적의 신발을 신었는지 기막히게 턱턱 걸어 올랐다. 나는 수없이 미끌어지고 젖먹덕 힘을 다해 손톱이 뜯기도록 기어 올랐다. 몇 번이나 포기할까 하다 주여 힘을 주소서 기도하며 정상에 올라 겨우 가던 길을 계속 갈 수 있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걷거나 뛰는 법은 하나다. 중력의 모양, 그 꼴의 역학을 이용하는 것이다.

......

예전에, 일 중독인 내게 아내가 말하기를, 당신이 죽어갈 때 살아나게 할 수 있는 비법이 내게는 있어. 이렇게 말하면 당신은 벌떡 일어날거야.

여보, 그거 다 썼어? 그 원고 넘겼어요? 헉 아직. 그거 마저 쓰고 가야지. 한가로이 눈감을 때가 아니지. 그리고 그 사람들과 약속 있다며. 아 맞다. 또 아직 끝내지 않은 비트 프로젝트 있잖아. 마무리하고 그거 특허내고 간다며. 아 그래야지. 누워 있을 시간이 없네. 눈을 뜨자. 일어나자. 지금 몇 시야, 이럴 걸요?

이랬던 그녀가, 오늘, 여보 내가 죽을 때 다시 나를 살릴 수 있단 말 그거 있지 그게 뭐였지? 하고 물었더니.

아유 그냥 가요. 살리긴 뭘 살려. 저 세상에서도 할 일 많을 텐데.

60대 노부부가 깔깔깔 웃다. 선풍기 에어콘 융합바람이 시원하다. 컴퓨터에 앉아 AI 스토리텔링과 관련된 책의 추천사 마침표를 찍다. 나도 추천사를 쓸 나이가 되었구나.

쏘아요.

뭘?

쿠폰요. 빵 사러 가게. 점심입니다.

아, 네, 쐈어요.

그녀는 작열하는 폭염을 뚫고 스타벅스로 가고, 나는 다시 이북을 열고 맹정현 교수의 "AGI시대와 인간의 미래", 뱅상 르미르 작, 크리스토프 고티에 그림의 "예루살렘의 역사"를 여행한다. 아아, 내일이 오지 않음 좋겠다. 태양아 멈추어다오.

......

진정성 있는 꿈은 이루어진다. 노력하지 않고 대충 꾸는 꿈은 허튼 욕망에 불과하다. 우승기원.

교토 국제고의 고시엔 우승소식을 듣다.

[사진=이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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