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준 종횡무진] 리더는 어떻게 세상을 만드나?... 정주영 회장의 돌멩이 스프 이야기
돌멩이 스프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버전이 존재한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버전은 마샤 브라운이 그림책으로 만들어 1948년 칼데콧상(그림책 상)을 수상한 세 군인 이야기 버전이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전쟁이 종결되어 집에 돌아가던 배고프고 피곤함에 찌든 세 명의 군인이 하룻밤 신세질 곳을 찾는다. 마침 마을이 나타나 그곳에서 신세를 지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들이 마을로 오는 것을 보고 음식을 숨긴다. 이들이 나타나자 올해 농사를 망쳐 자신들도 굶어 죽을 처치라고 하소연한다. 이때 군인들은 자신에게는 마법의 돌멩이가 있어서 이 돌멩이로 맛있는 국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말을 건넨다.
이들은 실제 돌멩이 넣어 국을 끓이기 시작한다. 돌멩이 수프 맛이 궁금해진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모인 이들에게 돌이 마법의 돌이어서 지금도 충분히 맛이 있지만, 양파를 조금만 넣으면 맛이 더 기가 막힐 수 있다고 언질을 준다. 양파를 숨기고 있던 농부가 궁금해서 양파를 자발적으로 가져온다.
이런 식으로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은 양배추, 소금과 후추, 당근, 고기 등 군인들이 수프에 넣고 싶어 하는 재료를 하나씩 들고 나타난다. 이들이 가져온 재료 덕에 맛있는 수프가 완성된다. 동네 사람들과 함께 식탁을 차리고 수프를 먹고 즐기며,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낸다. 잠자리까지 받은 군인들은 다음 날 마을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고향으로 향하는 길을 나선다.
돌멩이 수프는 사실 리더가 세상에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묘사한다.
1968년 고 정주영 회장이 조선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이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1971년 7월 울산 미포만 모래사장 사진 한 장, 지도 한 장, 유도선 도면이 담긴 조선소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자금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이 1%에도 못 미치는 한국의 상황에서 조선소를 실현하기 위한 외자확보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현대는 당시 영국 최고의 은행이던 바클레이 은행에도 510억 원에 이르는 차관을 요청했지만, 바클레이 측은 현대의 조선 능력과 기술 수준이 부족하다며 거절했다.
정주영 회장은 낙심하지 않고 차가운 현실을 바꿀 우회 전략을 구사했다. 1971년 9월 고 정주영 회장은 바클레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선박 컨설턴트 회사 ‘애플도어’의 롱바텀 회장을 찾아간다. 사업계획서를 들려주었지만 롱바텀 회장 역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때 정 회장은 재빨리 지갑에서 거북선 그림이 있는 5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펴보였다.
“우리는 1500년대에 이미 철갑선을 만들었습니다. 영국보다 300년이나 앞서 있었는데, 산업화가 늦어져서 아이디어가 녹슬었을 뿐이오. 한번 시작하면 잠재력이 분출될 것이오.”
롱바텀 회장은 현대건설 등을 직접 둘러본 뒤 추천서를 써서 바클레이에 건넸다. 현대조선은 조선업 세계 1위가 되었다.
정주영 회장의 500원짜리 지폐에 담긴 믿음, 스티브 잡스의 셀폰에 대한 믿음은 모두 돌멩이 수프를 만든 원천 재료였다. 이들은 돌멩이 수프에 담긴 믿음을 사람들에게 팔아 이들을 협업에 동원해 현재의 기적을 만들었다.
일반 사람들은 기적이 눈앞에 나타나야 믿지만, 급진 거북이에게 믿음의 대상은 눈앞에 나타난 기적이 아니다. 이들이 믿었던 대상은 미래에 기적을 만들어낼 할 목숨과도 바꿀 수 있었던 자신의 의도의 진실성이었다. (발췌 윤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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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곧 출간될 <진성리더의 변화전략: 급진 거북이> 9장 선승구전에 나오는 사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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