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피플] 나무심는 사람... 화인산림욕장 대표 정홍용

박흥식 승인 2024.10.19 08:37 | 최종 수정 2024.10.19 11:32 의견 1
정홍용 화인산림욕장 대표


[핫피플] 나무심는 사람... 화인산림욕장 대표 정홍용

(대담 박흥식 편집인)

50년 동안 나무를 심고 산림욕장을 가꾼 사람이 있다.

화인 산림욕장 정홍용 대표가 바로 그 인물이다

친구의 소개로 옥천에 있는 화인 산림욕장을 찾았다.

구불구불 마을길과 산길을 돌아 산림욕장에 들어서자 입구의 안내소 뒤로 작은 오소길 양 옆 산비탈에 하늘을 닿을 듯한 메타세콰이어가 빽빽이 숲을 이루고 도열해 맞아 준다

미리 대충 상상만으로 짐작은 하였것만

언뜻 보기에도 가슴을 압도하는 놀라운 풍경인데, 어떻게 이런 숲을 조성하게 되었는지

궁금증이 발동했다.

미리 연락을 해둔 탓인지 안내소 입구에서 정홍용 대표가 나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 했다.

Q1 무엇이 당신을 이길로 이끌었나 (이 일을 시작한 동기와 계기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것이 계기가 될수도 있겠다.

일본 유학시절 배낭하나 짊어지고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일본 곳곳을 여행하면서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 탐구할 수 있었다, 그 시절 잘 가꿔진 나무와 숲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던 것 같고 그래서 인지 나무와 연관된 회사에서 직장을 갖게 된 것도 계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1976년도에 와세다 대학원을 수료한 후 1978년부터 7년간 일본 종합무역상사인 마루나카 서울 지점장을 맡았고, 1985년 홍일상사를 창업해 44년간 목재가공 기계류 무역업을 하면서 10년 유효 기간의 복수여권을 2년이면 다시 갱신해야 할 정도로 해외출장을 자주다녔다.

직업상 잦은 해외출장은 모두가 나무와 관련 있고 가구재와 피아노 부자재를 찾아 대만, 필리핀의 루손, 민다나오 섬,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칼리마탄(보루네오), 자바, 셀레베스섬, 파푸아뉴기니, 말레이시아 반도 및 사라외크, 타이랜드,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중국 본토와 하이남 섬, 스리랑카 오지의 정글을 누볐고,

호주, 뉴질랜드, 유럽, 북미대륙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은 선진국일수록 나무를 아끼고 잘 가꾸어진 인공 조립림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월이면 파리 세계가구전시회, 5월에 밀라노 세계가구전시회, 2년 격년으로 5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목공기계전시회, 쾰런 국제가구부자제, 건축부자재회, 코펜하겐 스칸디나비아 가구박람회, 10월 노스캐롤라이나주 High Point 국제가구전시회, 12월 프랑크푸르트 세계악기전시회 등을 빠짐없이 참석” 했다.

해외출장을 하면서 그 지역의 자연과 인문과학을 탐구하는 일이 몸에 배었다.

나의 직업으로서의 일과 나의 자연탐구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나무와 관련되었다.

나무심기는 사실 옥천에서 보은가는 국도변에 심어져있는 아름드리 벚나무가 바로

나의 춘부장께서 옥천군에 기부해서 조성된 것이라 대를 이어 하는 관심사이며, 내 사업과 연관 되어 많은 업계의 대표들과도 친분을 쌓으며 나무심기가 천직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199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redwood=미국 삼나무) 지역을 답사후 너무나 충격을 받아 마을 숲에 그 사촌격인 메타세콰이어를 심기로 마음을 굳히고 1991년 14,000주를 시작으로 2002년 4월까지 총 35,000주를 심었다.


지금까지 우직스럽고 미련하리만큼 나홀로 외롭게 오직 산과 나무에만 매달려왔다

묘목을 심고 또 심고 매년 풀을 베어주고, 칡덩굴을 끊고 또 끊어 주면서 간벌을 하고 잡목도 베어주면서 가지치기도 어언 몇 십년을 나무와 함께 하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무에 매료되어 버렸다.

왜냐하면 나무가 국가의 경쟁력이자 국부의 원천임을 해외 선진국들의 기가 막히게 잘 가꾸어 놓은 수많은 인공조림을 보고 뼈저리게 체득했기 때문이다.

Q2 이곳의 식재된 나무를 소개해달라, 쉽게 구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화인 산림욕장은 국내 최대규모의 메타세콰이아 군락지이다.

주종은 메타세콰이아 이지만 다양한 수종이 군집으로 심어져 있다.

리기다송, 낙엽송, , 잣나무, 두충나무, 적송, 참나무, 구상나무, 편백나무(히노키), 삼나무(스기), 자작나무, 벚나무, 오동나무, 느티나무, 감나무, 은행나무, 밤나무, 아까시, 매실나무, 전나무, 호두나무 등이 식재되어 있다


나무 종류가 많아도 나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대부분 소나무와 편백나무 등은 금방 구별하기 쉽지만, 참나무종은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우리 산야에서 많이 볼수 있는 참나무를 소개하겠다.

“잎이 가장 좁고 긴 것이 상수리이고 상수리보다 약간 넓고 민듯한 것이 굴참나무, 굴참나무보다 약간 넓고 동그랗고 양쪽에 톱니처럼 돋아 있는 것이 졸참나무, 졸참나무보다 둥글넓적한 것이 갈참나무, 갈참나무보다 널고 양쪽에 성근 톱날 모양이 있는 것이 떡갈나무, 떡갈나무 보다 좁고 양쪽에 촘촘한 톱니가 있는 것이 신갈참나무로서 이것을 참나무 6형제라 부른다.

Q3 이일(나무심기)과 함께 살아오며 특히 기억되는 사람과 사건이 있다면 ?

독일의 흑림(슈발츠발트=지리산의 약 20배)을 며칠간 둘러본 후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고,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의 인공림을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특히 핀란드의 산림정책은 나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었다.

일본 시코구 고찌 영림서에 들렀을 때 백발이 성성한 영림서장이 마치 지나가는 이야기처럼 “우리 일본인들은 아무것도 안하고 산에 있는 나무만 베어 해외에 내다 팔아도 33년은 거뜬히 먹고 살 수 있답니다” 라는 말을 듣고 내 귀를 의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말이 사실임은 유학시절 일본 방방곡곡을 여행하면서 피부로 느낀점과 그간 수백번 일본 출장으로 전국 곳곳에 울울창창하게 심겨진 히노키(편백나무), 스기(삼나무)를 보고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었다.

그후 록키산맥이 있는 캐나다와 미국, 미국 동부의 아팔라치아 산맥 벌목장들을 헬기로 둘러볼 때 건장한 미국인 현장 소장이 “지금 우리가 있는 곳에서 벌목후 곧 그 자리에 나무를 심고 다시 이곳 까지 올려면 적어도 100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국토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벌목을 해도 언제나 풍부하고 질 좋은 원목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답니다” 라고 말하는 그가 마치 우주에서 날아온 외계인처럼 느낀바 있다.

”호주 전쟁기념관 안에 있는 ‘가평전투’ 사진 밑에는 한국에서 갖고 온 잣송이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 잣송이는 6.25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가평지역 전투에서 실종된 자기 남편이 어디에서 실종 됐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며 연로한 한 미망인은 자주 잣송이를 보러 왔는데 수년전에 돌아 가셔서 이제 잣송이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울먹였다“

”자기가 지금까지 지내오며 각종 목가공 기계로 자르고, 벗기고, 쪼개고, 다듬고, 찌고, 삶고, 뜨고, 끓이고, 때리고, 굽히고, 누르고, 붙이고, 깍고, 파고, 조이고, 사포질하고, 칠을 하면서 나무만 괴롭혀 왔지..., 애정을 갖고 나무 한 그루라도 심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되어 나무에게 죄만 짓고 떠나는 기분이라고 괴로워 하셨다“

(동면목재 강석진 회장님 말씀인용)

”메이저리그의 행크 애런과 죠 디마지오(마릴린 먼로 전 남편), 베이브 루스 같은 불멸의 슈퍼스타 홈런왕이 탄생한 것은 구단 측에서 오대호 지역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야구방망이의 원목인 물푸레나무를 특별히 잘 관리하고 원활한 공급을 해준 덕택이리라“

” 저 소리는 총소리가 아니고 나무가 영하30~35도에 이르면 도레쓰()라고 하여 나무가 추위에 견디지 못하고 표피가 찢어지는 소리로 자기들은 누구나 나무가 울부짖는 소리라고 한단다“

(미우라 이야코 여사에게 추천받은 후키아게 온천 주인의 말)

Q4 나무심기와 산림욕은 어떤 가치와 의미를 주고 있나?

산림욕은 병 치료와 건강을 위해 숲에서 산책하거나 온 몸을 드러내고 숲 기운을 쐬는 일이다 공해로 찌든 도시의 아파트 빌딩 숲을 벗어나 나무와 풀로 뒤덮인 자연 속에 있으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온갖 잡념이 일시에 사라지고 편안해진다.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싱그러운 소리가 몸과 마음을 한결 가볍고 편안하게 해주며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나무가 얼마나 인간과 밀접하고 안정을 가져다 주는지 쉴 휴 자를 보면 곧 이해할 수 있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사람이 고칠 수 없는 병은 자연에 맡겨라’라고 말했다. 숲은 살아있는 종합병원이고, 부작용이 전혀 없는 만병통치약이다. 모두 주저 말고 숲으로 가야 된다.


현대 문명의 혜택 아래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 현재의 우리에게 이러한 풍요는 예기치 않은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이런 문제의 으뜸인 암, 아토피, 우울증, 치매가 장수 시대의 커다란 장애물로 대두되면서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암, 아토피, 우울증, 치매는 현대의학으로도 극복하기 어려워 병원에서도 포기하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자연에 맡겨지고 있다. 이 자연이 바로 숲이고, 숲만이 해결할 수 있다.

숲의 대표적인 효능은 바로 피톤치드다. 피톤치드는 산림욕을 논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되는 물질인데 인위적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오직 숲과 나무만이 만들 수 있는 탁월하고 신기한 존재다.

나무가 울창한 숲속에 들어가면 숲속 특유의 상쾌한 향을 맡을 수 있다. 이 향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피톤치드다. 특히 저희 화인산림욕장의 주종인 메타세콰이어는 히노끼(편백)과에 속하므로 피톤치드가 다량 방출된다.

피톤치드는 원래 그리스어로 ‘식물’을 의미하는 ‘피톤’과 ‘살균력’을 의미하는 ‘치드’를 합성한 말로, ‘식물이 분비하는 살균물질’이다. 움직일 수 없는 나무가 스스로를 방어하는 수단으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피톤치드다. 피톤치드란 수목이 주위의 해충이나 미생물, 다른 식물로부터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나무가 공기 중에, 또는 땅 속에 발산하는 일종의 항생물질이다.

주성분은 테르펜 계통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다.

피톤치드는 나무와 숲을 위협하는 각종 해충, 병균, 곰팡이, 박테리아들을 죽이는 무시무시한 물질이지만 사람에게만은 더없이 이로운 존재입니다. 피톤치드는 인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우리 몸을 해치는 나쁜 균들을 말끔히 없애줄 뿐만 아니라 악취를 없애주고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작용을 한다.

임산부는 태교를 위해, 유아기는 유아 숲체험을 위해, 청소년기에는 산림 체험을 위해, 청년기에는 산악레포츠 트레킹을 위해, 중, 장, 노년기에는 휴양과 치유를 위해 우리 모두 숲에 답이 있으니 숲으로 가자. 아토피, 암, 치매 예방과 치료에는 산림욕이 가장 좋은 방법이니 산림욕장을 적극 활용하시면 좋겠다.

Q5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가,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 계획은?.

중부지방에 편백나무를 보급시킨 일이 내 일생에서 가장 큰 보람이다. 중부지방에 편백 나무를 전파한 일에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나라의 산에는 잡목들이 많다 보니 낙엽이 많이 생겨 불쏘시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산은 빨리 수종 개량을 해야 된다.

개인적으로 가족묘를 조성한 점도 보람 중의 보람이다.

올해는 화인산림욕장이 10주년을 맞는 해이다. 2013년 8월6일, 일본 히로시마 원폭 기념일에 오픈했다.

앞으로도 편백나무를 보급시키는 일에 평생을 다 바칠 생각이다.

내 좌우명이 ‘해서 안 되는 일은 없다’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부지런하게 살고있다. 욕심 내면 죽는다. 내가 한 일에 후회는 없다. 건강한 신체는 부모님 덕분이다.

지금 이곳에는 메타세콰이어 3만 5000주, 편백나무 10,000주, 삼나무 500주, 소나무 1만 주 등 10만 주가 화인산림욕장에 심겨져 있는데 넷플릭스에서 영화 촬영을 하러 왔고, 각종 영화와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매우 많다.

나무는 거짓말을 안 한다. 48년째 주말과 공휴일마다 화인산림욕장에 와서 혼자 나무를 심고 가꾸었다. 잡목을 베는 간벌 작업도 혼자 다 해냈다. 태풍 매미 때 450주가 넘어져 안타까웠다.

나무는 탄소 발생률을 줄여서 1년에 42조 원 이상의 혜택을 주는 존재다.

화인산림욕장이 우리나라 최고의 깨끗한 산림욕장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린다.

” 산책객은 물론 캠핑족도 환영합니다. 그러나 취사와 투기는 금합니다. 갖고 오신 물건이나 쓰레기는 갖고 가시는 문화인이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연못에 돌을 넣지 않도록 특별히 부탁드립니다.“

”화인 산림욕장에 오셔서 많은 시민들이 힐링을 하시고 건강하게 사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정홍용 대표는 ?

정홍용 대표

▲1943년 일본 센다이 출생, 3살 때 해방 맞아 가족과 함께 옥천으로 이주. 부산중, 부산고, 경희대 상과대학 졸업, 서울 상대 대학원 다니던 중 일본 유학길에 올라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 수료. 종합무역상사 홍일상사 대표.

화인산림욕장 대표. 저서로 <일본열도주유기>,<표고버섯을 활용하라>,<알프스에 핀 꽃>,<향수>,<발로 뛴 나무 이야기> 등이 있다.

*** 화인산림욕장

화인삼림욕장 안내소

화인산림욕장은 충북 옥천에 위치한 옥천 명소로 끝없이 솟은 메타세콰이어가 맞아주는 곳이다. 한평생 목재/목공 관련 무역에 종사해온 홍일상사의 정홍용 대표가 1970년대 초 고향에 임야를 매입하여 주말마다 홀로 나무를 심고 가꾸어온 숲을 산림욕장으로 2013년 8월 6일 개장했다.

화인산림욕장에 들어서면 인공시설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만날 수 있고 길이 험하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오를 수 있으며 숲이 주는 상쾌한 공기에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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