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주 문예만보] <한류와 유라시아 말춤> ... 한류 철학과 비전 연구 /이길주 저

이만주 승인 2024.10.20 05:39 의견 1
이만주 문예평론가, 작가 [사진=더코리아저널]


[이만주 문예만보] <한류와 유라시아 말춤> ... 한류 철학과 비전 연구 /이길주 저

(이만주 리뷰)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은 지속될 것인가? 혹시 한때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켰다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홍콩 영화의 운명처럼 되는 것은 아닐까? 한류가 세계에서 계속해서 생명력을 가지려면 한류는 이제 그 바탕에 이론체계를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즉 한류 철학과 비전(vision)의 정립이•••

작금의 세계적 한류 열풍에 대해 그 근본부터 앞으로의 비전까지 곰곰이 생각하는 학자가 있다는 것, 그리고 실제로 수년에 걸친 사색과 연구 끝에 <한류와 유라시아 말춤, -한국문화의 원류와 한류비전->이라는 논저를 낸 학자가 출현했다는 것이 반갑다.

저자 이길주 교수는 지속적인 한류를 위해 한국문화의 뿌리, 나아가 유라시아로 연결된 고대문화의 근원과 그 파장을 천착했으며 그를 바탕으로 한류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사고의 폭과 심상지리를 넓혀, 한류는 고대 유라시아와 아메리카 대륙 선주민의 생명존중과 자연과의 공생공존, 거기서 비롯된 샤머니즘과 만유정령사상(animism)의 영향으로 정(情), 흥(興), 신명이 현금의 한류 붐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한류는 기후위기, 자원고갈 등 지구의 파멸로 가고 있는 현대 세계와 인류에게 해답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궁극적으로는 본래의 생명존중과 자연과의 공생공존을 회복하고 상생한류, 홍익한류가 되어야 함을 설파한다.

I

1925년, 최남선은 한국고대문화의 세계사적 위치를 밝히는 역사논문인 불함문화론(不咸文化論)을 완성했다(1928년, 일본어로 발행된 총서 「조선급조선민(朝鮮及朝鮮民)」에 게재됨). ‘조선을 통하여 본 동방문화(東方文化)의 연원과 단군(檀君)을 계기로 한 인류문화의 일부면(一部面)’이란 부제가 붙은 이 논문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이후 일본 관학자들이 내세운 ‘단군말살론(檀君抹殺論)’,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 ‘한민족(韓民族)의 문화적 독창성 결여론’ 등의 식민사관에 맞선다는 데 목적이 있었다.

단군신화의 주 무대인 태백산(백두산과 동일개념)에서 비롯된 한민족의 독창적인 위대한 문화가 중심을 이룬 동방문화(東方文化)가 고대문화의 원류이며 이 불함문화권에는 중국 고대문화의 주요 요소를 포함하여 만주족, 일본족 문화가 포함된다는 이론이다. 역사, 종교, 신화, 민속, 인류학 등 문화 형성에 관련되는 모든 학문을 동원한 이 연구는 고대 동양문화의 연원이 중국과 인도라는 당시까지의 일반적인 주장을 뒤집는 획기적인 이론이었다.

불함문화론에 의하면 당시 한국과 만주를 비롯해 중국 일부를 지배하며 위세를 떨치던 일본은 문화에 있어 한국의 종속적 위치로 떨어진다. 불함문화론은 동양문화를 오로지 중국문명 중심으로 생각하던 한국인에게도 각성을 주었으며 동양사 내지 인류문화사 이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제시로 당시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었다.

이길주의 「한류와 유라시아 말춤」은 최남선의 불함문화론(不咸文化論) 이후, 딱 100년이 지난 2024년 나왔다. 두 논저는 역사를 문화의 측면에서 분석했다는 공통점이 있고 서로의 주장에 유사한 점도 있다. 하지만 두 논저가 세상에 나온 시대적 상황은 판이하다. 최남선의 시대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망해 일본의 지배 아래 있었고 조선은 서구열강이나 동남아 부국에 비해 형편없이 초라한 나라였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위상은 바뀌었다. 한국은 2023년 5월 현재, 경제력에 있어 세계 6위(미국 US 뉴스 & 월드 리포트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발표)이며 5대군사대국의 하나로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다음 5위로, 6위인 영국, 7위인 일본을 능가한다(2024년 기준. 미국의 세계 군사력 평가기관인 Global Firepower 발표). 이외 문화의 영향력에 있어서도 지금의 한류 열풍으로 대변되듯 막강한 나라가 된 것이다.

두 사람의 연구 방법도 다르다. 최남선은 열악한 여건에서 주로 그의 천재성에 의존했다. 하지만 이길주는 러시아학 전공 교수이자 문학평론가로 오늘날의 선진적 연구방법론에 의했으며 또한 민족지학(ethnography)적 연구 뒤에 비교하는 방법론도 원용했다. 실제로 그간 역사, 민속, 고고, 유전생물학 등의 학자들로 구성된 ‘시베리아 연구모임’을 이끌며 한민족 기원과 형성에 관한 연구에 참여해 왔다.

그 자신, 한국과 미국에서 공부했으며 한국어 이외에 최소한 영어와 러시아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 배재대학교에서 러시아학과 교수로 정년퇴임 할 때까지 사이사이에 러시아 ‘이르쿠츠크국립대학교’ 교환교수, 일본 ‘북해도대학교’ 슬라브연구소 연구교수를 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저자는 우선 한류의 뿌리, 한류의 문화예술적 콘텐츠를 구축하고 있는 한국문화의 원형질을 밝히고자 했다. 그간 우리는 특히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모든 것을 중국문화, 즉 중화문명 중심으로 생각해 왔다. 그는 이에 반해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것을 ‘심상지리의 확장’이라고 표현하며 우크라이나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아메리카 대륙까지로 심상지리를 넓힌다. 즉 한국문화의 고대적 상상계를 북방 유라시아, 아메리카 대륙 전체로 확장한다.

그는 1980년대 중반, 국사편찬위원회로부터 ‘이르쿠츠크 국립공대’ 역사학 교수를 역임한 부틴(Yu. M. Butin)이 쓴 「고조선-역사, 고고학적 개요」의 번역을 의뢰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단군과 고조선의 역사가 신화의 영역에 머물며 한국 국사학계에선 거의 다루지 않던 당시 분위기에서 해외 역사학자들에 의해 고조선 연구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진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고조선의 강역과 북방 대륙에서의 우리 고대사 실체를 알게 되었음도 그의 심상지리를 넓히는 한 요소가 되었다.

II

벼농사 등, 남방계 문화의 유입이 저변에 깔려 있지만, 우리 문화의 주되는 부분은 북방 유라시아 대륙에서 비롯되며 신화 또한 그 예이다. 단군신화의 곰과 호랑이-곰이 웅녀가 된 이야기-는 북방계 신화와 관련된다. 고고학적으로 고대 한반도 청동기 유물과 철기시대 신라의 금관은 스키타이 황금문화에 연결되며 유럽에서 한반도까지를 아우르는 단일문화적 양식이다. 한국어의 주요 근간은 시베리아 알타이어 그룹에 속하고, 고고인류학적 연구에 의하면 시베리아와 한반도에는 신석기시대 이래 빗살무늬 토기문화가 공유되었다.

원시 종교와 초기 형태의 예술이 출현하고, 한반도와 그 북방에 도시가 발달하기 시작하는 때가 고조선 시대이다. 고래로 문화의 뿌리는 신앙과 풍습이다. 한국인의 흥과 신명의 문화는 북아시아 공동체의 기층 신앙인 샤머니즘적인 제천의례와 관련이 있으며, 한국의 놀이 형태인 굿과 마당놀이에 연희자와 관객이 따로 없음에서 비롯한다.

이길주는 하늘과 땅을 섬기는 의미의 상징적 구현인 솟대와 장승에 주목한다. 시베리아에서 볼 수 있는 솟대와 비슷한 형태의 오보, 투루, 쎄르게와 알래스카 및 캐나다 북부에 산재해 있는 장승에 해당하는 토템 폴(totem pole)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한다.

기본적으로 나무로 이루어지는 솟대와 장승은 신수(神樹), 무목(shaman tree), 서낭나무, 우주목(宇宙木) 사상과 유사한 개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북방 샤머니즘의 영향을 받고 태동한 한민족 기층문화 속에는 마을마다 철새를 앉힌 솟대를 세우고, 북을 두드려 제를 지내던 전통이 살아있다. 솟대가 세워진 곳은 공동체의 성역인 ‘소도’인 것이다. 소도가 확장되면 고대적 유토피아인 신시(神市)가 된다.

이후 역사시대가 열리면서 유난히 영적(spiritual)인 한민족에게는 유불선이 합쳐진 ‘풍류도’가 주류 정신문화를 이루며 조선시대를 거쳐 ‘선비문화’를 낳는다. 우리 민족의 이 모든 뿌리와 바탕에서 분출되어 나온 것이 오늘의 한류다.

이길주는 한류와 관련 있는 중요한 키워드(keyword)로 ‘아리랑’을 제시한다. 그에게 있어서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가락 ‘아리랑’이면서 님 웨일스(Nym Wales, 본명은 Helen Foster Snow. 1907~1997)가 쓴 책, 「아리랑의 노래, Song of Ariran: The Life Story of a Korean Rebel」(1941, NY)의 아리랑을 의미한다. 「아리랑의 노래」는 ‘김산’이라는 가명으로 알려진 당시 한국의 사회주의독립운동가 장지락(張志樂. 1905~1938)의 전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배와 한국의 독립운동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책이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한국인이 극동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라고 단정했다.”

“그들은 키가 크고 강인하고 힘이 세며 균형이 잘 잡혀 있어, 뛰어난 운동선수들을 많이 배출시키고 있다.”(「아리랑의 노래」에서 발췌.)

님 웨일즈의 남편 에드거 스노(Edgar Snow. 1905~1972. 「중국의 붉은 별Red Star Over China」 저자)가 모택동에 경도되어 있었다면 그녀는 이상할 정도로 한국민족과 장지락에 탐닉해 있었다.

그녀는 ‘아리랑’을 구슬픈가 하면 아름다우며, 희망이 담겨 있는 가사와 가락이라고 치부했다. 저항성, 대동성, 상생성이 담겨 있는 아리랑(한 아리랑 전문가 주장)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각광 받고 있으며 실제로 2012년 유네스코에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길주는 “한류는 늘 아리랑의 사상을 염두에 두어야 함”을 얘기한다.

한편, 한류의 미래 비전을 말하면서 한류는 무엇보다 예술미학적 뿌리를 바탕으로 자라나가야 함을 강조한다. “아름다움이 세계를 구할 것이다”라는 도스토옙스키의 철학을 예로 들며, 나아가 니체 철학과 연결지어 설명한다. 그들의 철학은 인간에 대한 원초적 사랑과 휴머니즘, 역사에 대한 고도의 통찰력의 발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전쟁과 지구환경위기 속, 인류의 생존문제에 응답하기 위해 통찰력과 예지력으로 아름다운 한류미학을 구축해, 세계평화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인류애에서 비롯된다.

도스토옙스키 또한 인류에게 있어 희망의 근거는 대지와 대자연으로 보았다. 이길주가 높이 평가하며 예로 든 캐나다의 국민화가이자 국민의 우상인 에밀리 카(Emily Carr, 1871~1945). 그녀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자연, 특히 숲과 나무를 그렸다. 더욱이 그녀 자신 백인이었으나 캐나다 인디언(native Canadian) 마을과 우리의 장승과 솟대의 결합이랄 수도 있는 토템 폴을 즐겨 그렸다. 그녀가 깨달은 인디언들의 자연존숭 사상과 토템 폴에 대한 믿음은 그 옛날 우리 선조들, 더 나아가서는 유라시아 고대인들의 믿음과 공통된다.

이 책에는 문화 한류를 넘어 생태 한류라는 흥미로운 개념이 소개되어 있다. 시베리아 호랑이 생태통로의 복원과 휴전선 비무장지대(DMZ) 활용이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1900년대 초만 해도 아시아 전역에 약 10만 마리가 서식했다. 하지만 현재는 3천 마리가 고립된 지역에서 살고 있다. 특히 옛 한국의 호랑이와 유전자 염기서열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아무르 호랑이는 400여 마리 정도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 중국, 러시아 사이의 호랑이 생태통로를 복원시켜 호랑이 개체 수가 다시 증가하면 남북통일 후 그 생태통로는 백두대간을 통해 한국과 이어질 것이며 한민족의 생태통로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남북분단의 비극으로 만들어진 DMZ가 과거 동서독 사이의 경계인 ‘그뤼네스 반트’와 같은 생태 공간으로 보존되면 크나큰 생명과 평화의 녹색 띠가 조성되면서 한반도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생태통로와 연결될 것이다.

이것은 다시 옛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유라시아 생태통로와 이어지며 여기에 시베리아 대초원길이 철로와 육로로 뻗게 되면, 그 옛날의 모피로드, 실크로드가 살아나면서 유라시아 공생의 물류 통로와 문명의 길이 복원되는 것이다. 그때가 오면 남북을 합한 우리 한국인이 중국의 조선족, 러시아 고려인과 함께 문화 잠재력을 발휘하여 동북아 공생문화권 창조에 앞장서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백석, 김동환, 이용악 등을 ‘북방시인’이라고 지칭한다. 특히, 1930~40년대 시인 백석이 일제 치하에서도 그의 ‘북방시편’을 통해 민족의 북방 대륙혼과 태고의 토속적, 샤머니즘적 정조를 재현해 보였음을 얘기한다. 그의 시에서 한민족이 중국, 러시아, 북방의 고아시아계 제민족과 평화스러운 공존을 그리고 있음도 상기시킨다. 춘원 이광수 또한 그의 소설 「유정」에서 시베리아 대지와 바이칼 호반을 무대로 주인공 최석 선생과 정임의 비극적 사랑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노래했음을 예로 들면서 우리 혈맥 속에, 우리 DNA 속에는 유라시아의 유전자가 있음을 강조한다.

이길주는 한국에서 고대에는 불교가, 오늘날에는 기독교가 토착화하여 융성하는 것은 본래 그 바탕에 샤머니즘과 영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하기에 본래의 샤머니즘과 각 종교 간, 이해와 소통을 이룰 것을 주문한다. 또한 우리의 조상신을 존중하는 풍습을 살리고, 인간의 평등,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를 위해 후손과 연고자가 없는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이말산(구파발 전철역 근처)의 궁녀들 무덤과 북한산 기슭의 내시들 무덤을 복원, 정비하여 관리하며 정중히 제를 지냈으면, 그리고 추모와 사색의 오솔길 등을 조성했으면, 하는 제의를 한다. 다소 엉뚱하지만 우리가 경청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인정 어린 독특한 제의이다.

III

현재 지구상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와 중동지역에서 보듯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인류는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핵무기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지구는 지나친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온난화와 함께 급속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한쪽에선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남과 북 곳곳에 빙하가 녹아 해면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산불, 지진,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1937~ )를 비롯한 몇몇 미래학자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문명의 붕괴가 몇십 년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성장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어 자원은 점점 고갈되어가고 환경은 오염되고 있다. 우리 역시 경제성장과 같은 물신주의와 대형 토목건축 같은 개발논리에 함몰되어 있다. 한류도 예외가 아니어서 현재 돈이 되는 엔터테인먼트와 그 상품만이 주요 관심사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돈과 권력에 빠져 있는 문화는 진정한 문화가 아니고 곧 사라질 유해성 돈벌이일 뿐이다.

한류는 우선 물신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구의 위기극복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위한 사명감에 입각해, 자연과 공생공존하며 뭇생명들에 대해 외경심을 가졌던 우리 옛 선조들의 생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미 아시아의 정신문화는 서구 지성들의 깊은 관심거리이다. 한류는 인류의 구원과 갱생을 추구하는 정신 한류(K-Spirit)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위에서 새로운 이데올로기와 담론을 형성하는 문화콘텐츠가 됨이 옳다. 한류는 인류문명의 생존전략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오늘날의 한류 현상에 대해 몽골사 전공 주채혁 교수의 독특한 발상이 인용된다. 그는 몽골의 하루누드 운 하칸추르 교수가 “몽골과 고려는 함께 몽골세계제국을 이룩했습니다”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한민족이 몽골과 함께 유라시아대륙 경영의 일원이었음을 강조한다. 이어 색다른 역사 해석으로 한류의 근원을 몽골의 대초원 지배 역사와 연관 짓고 근현대사 미국의 대양 지배 역사와 연결시킨다.

“700~800여 년 전 '스텝(steppe)의 바다'를 지배한 것이 팍스 몽골리카(Pax Mongolica)이고 오늘날의 '바다의 스텝'을 지배하는 것을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라고 나는 봅니다. 바로 그 양대 축을 비빔밥처럼 버무려 발효시키며 천지를 아우르는 치열한 심정으로 지금 제3의 세계사를 쓰고 있는 역사의 한 주체가 한국인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즉 유라시아 대륙과 해양의 모든 문화소를 포용하고 혼융한 한국인이 재창조해서 내놓는 것이 오늘의 한류라는 것이다.

한민족의 정, 흥, 신명의 문화, 그리고 풍류도에서 비롯한 한류의 궁극적인 지향은 위기의 인류와 지구를 살릴 정신과 의지 위에서 콘텐츠를 창조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선조들의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과 여기에 인류 일반이 지닌 보편적 가치인 인간애와 관용성이 더해져 창출된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근본이념 위에 서야 하는 것이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라는 뜻에서 보듯 ‘홍익인간’은 궁극적으로 휴머니즘이다.

IV

이길주의 한류 철학과 이념 정립을 위한 연구는 과한 의욕으로 많은 담론을 제기하기에 혼란스런 면이 없지 않다. 주관적인 비약도 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한류 이론의 포괄적 연구와 더불은 최초의 문제 제기라는 큰 의미가 있다.

미국적 쾌활함과 정정당당함(fair play)의 상징이 된 미국 서부의 카우보이(cowboy, 목동). 명예를 존중하고 무사적인 담백고결함의 상징이 된 일본의 사무라이. 실제로 그들은 그렇게 멋있고 도덕적으로 깨끗했을까? 그 모두는 미국과 일본의 의식 있는 작가, 저술가들에 의해 미화되어 상징 조작이 된 것이다. 그 후, 세월이 가며 후세대들이 그에 영향 받고 세뇌되어 그 상징에 해당하는 행동과 역할을 하게 되고 이제는 다시 대표되는 상징으로 굳어진 것이다.

이미 십수 년 전부터 프랑스의 미래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Guy Sorman, 1944~ )은 한국은 창의적인 문화를 만들어 앞서가며, 세계에서 다른 나라들에게 문화적으로 영향을 주는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라고 했다. 더 나아가 “한국 그 자체가 하나의 문명이다(“I say civilization because it’s stronger than culture and Korea is a civilization.” 2010. 9월)”라는 주장을 폈다. 한국은 어느덧 세계에서 문화 창출이라는 면에서 중요한 나라가 된 것이다. 이제 한국은 세계인들과 연대하며 세계를 선도할 책무가 있는 나라가 되었다.

책의 제목, 「한류와 유라시아 말춤」이라는 것은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 같다. 싸이의 말춤은 우연한 창작이 아니라 결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원형질과 닿아 있고 기마민족 후예의 DNA와 연관이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싸이는 물론 BTS를 비롯한 한류 아이돌들, 한류 문화 관련 제작 관계자들 모두가 필독해야 할 책이다.

이 책에는 현대의 한 소설가가 중앙아시아 5개국과 몽골 그리고 남북 코리아가 처음에는 ‘알타이문화연대’를 형성한 다음, ‘알타이문화경제연합’으로 발전되기를 희망했던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이길주의 논저 「한류와 유라시아 말춤」은 한류를 넘어 국가경영에 관한 거시적 안목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진영으로 갈려 끊임없는 국력의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도서출판 역락 (18,000원)

#한류 #Hallyu #KoreanWave

[사진=이만주]

저작권자 ⓒ 더코리아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