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희 메타포] 우리는 모두 광대 We are all clown
조각가 박상희
우리의 근 현대사에는 두 개의 10.26이 있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이또 히로부미를 암살한 것과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에 의해 살해된
1979년의 10.26이다.
안중근은 일본의 입장에선 자국의 영웅을 살해한 테러리스트이나 대한민국에서는 애국자이다.
나는 영화 조커(2019년 작)를 볼 때마다 조커의 얼굴에 김재규가 겹치는 경험을 한다.
뇌의 신경을 다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조커는 슬퍼도 늘 웃기에 엄마에게 해피라고 불린다.
동료에게 무심코 전달받은 총으로 어쩔 수 없이 살인을 하게되자
자본주들에게 착취 당하는 하류인생들에 의해 예기치 않게 영웅으로 변신하게 된 조커.
광대의 가면을 쓴 시위대가 "We are all clown,! 우리 모두는 광대"라고 외치는 피켓의 문구와 "내 죽음이 내 삶보다 더 가치 있기를"이라고 쓴 조커의 일기 속 문장이 계속 생각난다.
역사의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김재규는 권력 다툼 속에서 자신의 주군을 배반한 한낱 시대의 광대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영화 말미에 기득권층에 분노한 광대의 가면을 쓴 대중들 앞에서 마치 구원자처럼 예수와 같은 포즈를 취한 조커.
(인류의 구원과 사랑을 최고의 덕목으로 하는 유일신을 믿으며 결국엔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같은 핏줄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서로를 악의 축으로 여기는 지금의 전쟁도 인간의 탐욕을 신의 이름으로 자행하는 비극적 코미디가 아닐까?)
김재규를 은유하기도 하는 광대 분장의 예수의 손에 들린 총은 MK36 치프 스페셜 리볼버, 박정희 대통령의 머리에 쏜 두 번째 총이다.
김재규가 독재를 끝내기 위해 유신의 심장을 야수의 심정으로 저격했다는 이 총은
1974년 문세광이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총과 같은 모델이기도 하다.
이 아이러니한 사실과 함께 김재규의 10.26이
대한민국의 독재를 끝낸 의거인지, 역사적 비극의 코미디인지를 제대로 평가 못한다면 훗날에도 이 질문은 계속될 것이다.
《전시 알림》
아르떼숲_ 세상을 향한 채무상환展
[김재규를 상정하다]
* 전시기간 : 2024. 10. 23(물날) ~ 11. 4(달날)
* 열림마당 : 10. 26(흙날) 늦은 2시
* 연극공연 : 1인 낭독공연
《재규》극본×연출×출연 : 윤종구
11. 2 (흙날) 저녁 6시 30분
아르떼숲 2층
<김재규를 상정하다>는
저 구석에 내쳐뒀던 기억상자를 꺼내서
그 안의 '김재규'를 사회 의제로 상정하는 전시입니다.
출품 작가_
김건예, 김석화, 김정헌, 김지소, 김진열, 권용택, 민정기, 박건, 박근수, 박상희, 박성완, 박순철, 서수경, 손기환, 신학철, 양미경, 이경성, 이태호(경희대), 정영창, 천광호, 채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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