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 인문일지] 노자의 가르침
어제는 감사해야 할 일들이 넘쳐났다. 오래된 인연으로부터 '좋은' 점심 초대를 받았고, 저녁은 새로운 인연들과 즐거운 식사를 했다. 둘 다 하늘에 내려 주신 은총이었다.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일찍 일어나서 스마트폰을 여니, 페이스북의 <노자를 사랑하는 모임> 담벼락에 <<도덕경>> 제29장이 올라와 있었다. 처음에 어렵게 읽었던 장이었는데, 그걸 쉽게 해석한 거였다. 두 개 버전을 우선 공유한다.
지나친 것을 멀리하라.(<도덕경> 제29장)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고자, 뭔가를 과하게 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나는 안다(將欲取天下而爲之(장욕취천하이위지) 吾見其不得已(오견기부득이): 천하를 취하고자 하지만, 내가 보건대 필경 성공하지 못한다).
세상은 신비로운 그릇이라, 얻고자 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함부로 뭘 하겠다는 자는 실패할 것이고, 억지로 잡으려는 자는 잃게 될 것이다(天下神器(천하신기) 不可爲也(불가위야) 爲者敗之(위자패지) 執者失之(집자실지): 천하는 신령한 그릇이니, 함부로 취할 수가 없다. 행 하고자 하면 실패하고, 잡고자 하면 잃는다).
세상 일은 앞서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뒤따르는 것이 있고, 부드럽게 부는 것이 있는가 하면 거칠게 내몰아 치는 것도 있다. 단단한 것도 있는가 하면 야들야들한 것도 있고, 실어주는 것도 있는가 하면 떨어뜨리는 것도 있다(故物或行或隨(고물혹행혹수) 或歔或吹(혹허혹취) 或强或羸(혹강혹리) 或挫或隳(혹좌혹휴): 사물은 혹 앞서기도 하고 뒤서기도 하고, 혹 숨을 내쉬기도 하고 들이쉬기도 한다. 강한 것이 있는가 하면 약한 것도 있고, 선반 위에 놓이는 것이 있는가 하면 거기서 떨어지는 것도 있다).
그러므로 이것을 통찰하는 밝은 이는 지나치게 깊은 것도, 지나치게 많은 것도, 지나치게 큰 것도 멀리한다(是以聖人(시이성인) 去甚 去奢 去泰(거심 거사 거태): 따라서 성인은 지나친 것과 사치, 교만하지 않는다).
이 장을 다시 읽다 보니, <<장자>>에 나오는 "부득이"라는 말이 소환되었다. <<장자>>라는 책에 흐르는 중심은 다음과 같다.
▪ 망아(忘我): 자기 자신을 잊어 버리다.
▪ 승물유심(乘物遊心): 노니는 마음으로 세상의 파도를 타다. 사물이나 일의 변화에 맡겨 조화를 이룸으로써 마음을 노닐게 한다.
▪ 탁부득이(託不得已) 양중(養中): 어찌할 수 없음에 맡김으로써 중(中)을 기른다. '탁부득이'는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은 그냥 내버려 둠으로써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 삶의 방식이다. 세상 일에 한계가 있음을 알고 내면의 세계를 어디에도 기울이지 않고 중(中)을 지켜 나가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세 가지를 한 마디로 말하면, 노자가 강조하는 '무위(無爲)의 가르침'이다. '모든 것을 억지로 하거나 꾸며서 하지 말고,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하라'는 것이 '무위의 가르침'이다. 이는 억지로 꾸민 말, 과장한 말, 잔재주를 부리는 간사한 말, 남을 곤경에 몰아넣으려는 말, 남을 억지로 고치려는 말 등을 삼가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마음이 사물의 흐름을 타고 자유롭게 노닐도록(遊心, 유심) 하십시오.
▪ 부득이 한 일은 그대로 맡겨 두고(託不得已, 탁부득이),
▪ 중심을 기르는 데(養中, 양중) 전념하십시오,
▪ 그저 그대로 명을 받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명은 피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를 억지로 거역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수용하라는 말이다. 이를 우리는 '안명론(安名論)'이라 한다. 니버의 기도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주님 제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화를 주시고,
제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며
이 둘을 구별하는 지혜를 주소서."
나는 다음과 같은 기도를 만들어 늘 기억하고 있다.
▪ 늘 '역경을 이기긴 쉬워도 풍요를 이기긴 어렵다'는 말을 기억하게 하소서.
▪ 늘 '우리가 가진 것을 사랑하면 행복하고 못 가진 것을 사랑하면 불행하다'는 말을 잊지 않게 하소서.
▪ 늘 '사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하소서.
“공부는 거문고 줄을 고르듯이 하여, 팽팽하고 느슨함이 알맞아야 한다. 너무 애쓰면 집착하기 쉽고, 잊어버리면 무명에 떨어지게 된다. 성성하고 역력하게 하면서도 차근차근 끊임없이 해야 한다.” (법정스님의 <<텅 빈 충만>>) 그런 의미에서 박노해 시인의 시를 공유한다. 어제 지인들과 즐거운 맨발 걷기를 하며 했던 다짐이다.
크나큰 비움/박노해
안이 텅 빈
오래된 나무나
계곡이나
광야에는
뭔가 신령한 기운이 있다
깊은 생각에 잠긴 사람도
크나큰 침묵에 든 사람도
자신을 한 번 다 바친 사람도
크게 버리고 비운 것들에는
뭔가 영적인 힘이 깃들어 있다
채우고 더하고 가질수록
사라지는 신령한 그 힘
비우고 나누고 바칠수록
차오르는 신성한 그 힘
매주 수요일마다 대구에서 노자 <<도덕경>>을 가지고 인문학 강의를 한다. 최근에 다시 꺼내 읽은 거다. 노자로부터 다음 5 가지 가르침을 받고, 일상에 배치하고 습관이 되도록 하고 있다.
노자의 5가지 가르침>이다. '원더플마인드'라는 담벼락에서 본 것이다.
1. 노자의 행복에 관한 시각: "가난해서 행복하지 못한 사람은, 부유해져도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행복과 불행은, 우리 자신이 만드는 것이지, 우리 주변의 걱들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자주 잊는다.
2. 강직함과 융통성: "삶에서, 인간이란 융통 적이고, 진화하는 존재이다. 우리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그는 굳어서, 더 이상 변화할 수 없다. 태양을 마주하는 식물들은, 여유롭게 휘어지지만, 겉보기에는 메마르고 잘 부러지는 듯이 보인다. 이것이 융통성과 여유로움이 삶과 연관된 이유이며, 굳건함과 불변함이, 죽음까지 이어지는 이유이다." 삶이라는 것은, 본래 변화한다. 그리고 그 변화에는 수용이란 것을 필요로 한다. 강철과 같이 강하기보다는, 물과 같이 융통성 있게 흐르는 것을, 우리의 삶은 요구한다.
3. 사랑하고, 사랑 받음: "깊이 사랑받는 것은 우리에게 힘을 주고, 깊이 사랑하는 것은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힘과 용기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힘은 할 수 있는 것, 용기는 하고자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원하는 것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이어줄 수는 있지만, 그 반대는 온전히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힘보다 용기가 중요하다.
4. 소망과 좌절: "바라지 않는 사람은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그리고 좌절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타락하지 않는다. 정말로 지혜로운 사람은, 모든 것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평온함과 차분함을 잃지 않는다. 소망은 아무 것도 지시하지 않는다. 이 면에서 보건대 평화와 조화는, 그 자연의 이치를 따르면, 자연히 따르는 법이다." 서양적 사고와는 다르다. 서양은 야망을 성장과 진보의 근원으로 본다. 실제로 우리의 현실에서, 끝없는 야망은 끝없는 타락으로 이어지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5. 싸워야 할까, 물러나야 할까: "싸움을 걸지 말되, 받아들여라. 1보 전진하는 것보다, 10보 후퇴하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노자의 철학은 부쟁(不爭)의 철학이다. 싸우지 않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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