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 인문일지] 자연의 물에서 배운다.

박한표 승인 2024.11.17 06:21 의견 0
박한표 인문운동가 [사진=더코리아저널]


[박한표 인문일지] 자연의 물에서 배운다.

오늘은 <인문 일지>를 대구 복지관에서 어른들과 했던 인문학 강의 원고를 공유한다. 제목은 '노자 <<도덕경>>에서 얻은 50가지 삶의 지혜'이다. 노자 <<도덕경>> 중심 테마를 '반(反), 무위(無爲), 성인(聖人), 도(道) 그리고 덕(德)'으로 나누어, 내게 인상적이었던 50개의 단어를 발췌 하여 함께 생각을 해 보는 거다.

오늘부터 조금씩 나누어 공유할 생각이다. 오늘은 노자가 말한 다음 5개의 말을 공유한다. 삶이 흔들릴 때 기억해 두면 좋은 문장들이다.

제1주제: 반(反) (2)

상선약수(上善若水)-제8장

상선약수(上善若水, 지극히 착한 것은 물과 같다)라는 말처럼,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도 타인과 다투지도 않는다. 또한 물은 겸허(謙虛)가 몸에 배어 있어 언제나 낮은 곳으로 스스로 저절로 아무 소리도내지 않고 흘러 들어간다. '상선약수'는 처세(處世)의 한 방법일 수 있다. 물처럼 살아 보라는 거다.

▪ 물은 자신의 모양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그릇에 따라, 물은 모양을 달리 한다.

▪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만 흐른다. 그러나 낮은 곳으로만 흐르다가 마침내 도달하는 것 곳은 드넓은 바다이다. 물은 쉬지 않고 흘러간다. 자신이 가야 할 곳, 바다를 향해 묵묵히 인내하고 흘러간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 물은 고이면 썩는다. 항상 웃물이 아랫물로 바뀌어야 살아 있는 물이다. 현기영의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에서 읽은 내용이다. "인생이란 앞 강물, 뒤 강물 하면서 흘러가다가 하구에 이르면 바다로 빠지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난 바다로 안 갈래'하면서 버티면, 그게 웅덩이가 돼서 고이고 썩는 것이다. 그러면 노년이 추하다. 자연스럽게 강물 따라 흘러가 버리면 된다. 그래서 나이 들면 자연과 잘 어울려야 한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그렇게 너나없이 흙으로 돌아간다. 그때까지 주어진 길을 꿋꿋이 헤쳐 나아갈 뿐, 누구라도 흐르는 강물을 거스르진 못한다.

▪ 물은 스며들어 없어지면서도 자기를 주장하지 않는다. 바람과 같이 사라진다.

▪ 물은 무서운 힘을 갖고 있다. 물은 평상시에는 골이진 곳을 따라 흐르며 벼 이삭을 키우고 목마른 사슴의 갈증을 풀어준다. 그러나 한 번 용트림하면 바위를 부수고 산을 무너뜨린다. 또한 물은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즉 가장 약한 힘인 듯 보아는 한 방울의 물들이 계속 떨어질 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환경도 변화시킨다.

요약하면, 노자가 가르쳐 주는 삶의 자세는 '물 같이 되라', '물처럼 살라'는 가르침이다. 크게, 두 가지이다. 첫 째가 부쟁(不爭)의 철학이다. 남과 다투고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물처럼 아무 것과 겨루지 않는다. 언뜻 보면 소극적인 삶의 방식인 것도 같지만 자세히 보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은 만물을 길러주고 키워주지만 자신의 공을 남과 다투려 하지 않습니다." 물은 내가 길러 주었다고 일일이 말하지 않는다. 그저 길러 주기만 할 뿐, 내가 한 일에 대하여 그 공을 남과 다투지 않는다. 자식을 키워 놓고, 남에게 좋은 일을 해 놓고, 그 행위에 대하여 나를 알아 달라고 집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겸손의 철학이다. '자기 낮춤'이다.

"물은 모든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물은 낮은 곳으로 임하기에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만약 역류하여 거꾸로 흘렀다면 시간이 지나면 썩어버리는 웅덩이의 물로 남게 된다.

자연의 물에서 배운다.

총욕약경(寵辱若驚):칭찬과 비난에 연연하지 마라-제13장

말그대로 하면, '총애(칭찬)를 받으나 수모(비난)를 당하거나 다같이 놀란 것 같이 하라'는 거다. 나에게 칭찬과 비난이 온다는 것은 내 소중한 인생을 뒤흔들기 위한 바이러스의 침투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거다. 인생을 살면서 칭찬("총")과 비난("욕")은 우리들의 고요한 마음을 흔든다. 타인의 칭찬 한 마디에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의 비난에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칭찬과 비난이 인간의 삶에 깊이 끼어들면, 무게중심을 잃고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왕복하게 된다.

총애는 시간이 지나면 비난으로 바뀌기도 한다. 높은 자리가 영원히 내 자리일 수 없고, 지금의 칭찬이 영원할 수 없다. 세상에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다.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칭찬과 비난에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의 삶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많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예기치 않게 일어나기도 하고, 간혹 우연한 행운에 기뻐 우쭐하기도 하며 뜻밖의 불행한 일로 좌절하여 슬퍼하기도 한다. 때로는 복이 화가 되기도 하고 화가 복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화복은 항상 변화하여 예측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인간의 삶에서 화복을 겪을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람들의 열광과 호응은 영원하지 않다. 드러내지 않고, 칭찬과 비난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이 노자가 말하는 성인이다.

기자불립(企者不立) 과자불행-제24장

"企者不立(기자불립), 跨者不行(과자불행)"는 '멀리 보려는 욕심이 지나쳐 까치발로 서면 신체의 중심이 무너져 안정된 자세로 서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빨리 가려는 욕심이 지나쳐 보폭을 지나치게 크게 하면 제대로 걸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두 행동은 모두 남보다 더 잘나 보이고, 더 빨리 가려는 행동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을 노자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노자는 이런 행동이 오히려 오래 서(입)있지 목하고, 더 빨리 가지 못하는(행) 결과를 가져온다고 한 것이다. 계속해서 노자는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하는 자들은 '도'의 원리와 어긋나는 행동이라 말한다.

자신을 드러내는 자("자견"),

자신이 옳다고 하는 자("자시"),

자신을 자랑하는 자("자벌")

어깨에 힘을 주는 자("자긍"),

자연은 서두르는 법이 없다. 봄을 앞당기려고 겨울을 짧게 하지도 않고, 앞서 가는 물을 추월하려고 덜미를 잡지도 않는다. 자연처럼 서두르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자세와 보폭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이다. 스스로를 드러낸다 거나, 스스로 으스대고 자랑하는 행동도 자연스럽지 않다.

노자는 이러한 것을 "여식췌행(餘食贅行)", 즉 '먹다 남은 밥이나 군더더기 행동과 같다'고 말한다. '도'에는 "여식췌행"이 없다.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소박한 삶, 미니멀리즘이 도를 닮은 행동이다. 원문은 이 거다. "其在道也(기재도야) 曰餘食贅行(왈여식췌행) 物或惡之(물혹오지) 故有道者不處(고유도자불처), 도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일은 먹다 남은 밥이나 군더더기 행동으로 모두가 싫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를 깨우친 사람은 그러한 데 처하지 않는다."

노자가 말하는 '도'의 모습은 부드럽고 조화롭고 자연스러움이다. 그러한 것에 거스르는 것은 도를 따르지 않는 것이다. 까치발로 서는 것은 서 있기에 불안정하고 풀쩍풀쩍 건너뛰는 일 또한 급하고 조급함을 일으키니 도에 거스르는 것이다. 자기의 의견만 고집하고 옳다고 여기는 자는 세상의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여 도의 모습을 거부하려는 자이다. 자기 자랑을 일삼고 자기 잘남 멋에 사는 사람 또한 도를 따르지 않는 자이다.

실제로 까치발로 서거나 풀쩍풀쩍 건너뛰는 일은 사람들 눈에 쉽게 띈다. 눈에 쉽게 띄지만 불안정하다. 사람이 보여주기 식의 일을 하여 다른 이의 관심을 끄는 일을 하려다 보면 자기 의견에만 집중하고 바른 말을 하는 남에게는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어쩌다 일을 해서 성공했다고 치자, 그러면 자기 자랑을 일삼는다. 그런데 이런 것은 결국 모두 남은 음식 찌꺼기처럼 처치 곤란한 것이고, 몸에 난 혹처럼 군더더기로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도를 터득한 사람은 다음과 같은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 도를 터득한 사람은 좀 더 높이 서겠다고 까치발로 서는 일을 하지 않는다.

▪ 도를 터득한 사람은 멀리 가겠다고 다리를 한껏 벌리고 가려 하거나 풀쩍풀쩍 건너뛰는 일을 하지 않는다.

▪ 도를 터득한 사람은 자기의 견해만을 내세우지 않거나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거나, 자신의 관점으로만 보지 않는다.

▪ 도를 터득한 사람은 자신의 견해만 옳다고 여기지 않는다.

▪ 도를 터득한 사람은 자신의 공을 스스로 자랑하지 않는다.

▪ 도를 터득한 사람은 우쭐대며 자만하다가 자신의 자리를 차버리지 않는다.

도를 터득한 사람은 세상과 부드럽고, 조화로우며, 자연스러운 관계를 추구한다.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제36장

부드럽고 약한 것이 딱딱하고 강한 것을 이긴다는 거다. 강하고 센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약한 자가 살아 남는다. 노자는 오직 힘만이 정의라고 생각되었던 춘추시대 말기에 힘보다 더 중요한 부드러움의 강함이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운동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힘을 빼라'는 거다. 야구공을 맞히거나 정지해 있는 골프공을 가격하려는 순간 힘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힘을 빼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힘을 잔뜩 주고 있는 상태에서는 타격하는 순간의 운동에너지를 극대화시킬 수 없다. 공을 찰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몸에 긴장감을 풀고 다리를 유연하게 한 상태에서 공을 차야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전달할 수 있다. 정확하게 물체를 맞히는 순간, 힘이 최대로 전달되는 순간, 그 때에 스포츠의 도(道)가 완성된다.

이런 원리는 비단 스포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반에 두루 적용된다. 약하게 하려면 먼저 강하게 하고, 빼앗으려면 먼저 줘야 한다. 부드러운 모래를 뭉쳐서 단단한 바위를 만들 수는 있지만 단단한 돌멩이로는 바위를 만들 수 없다. 그러려면 돌멩이를 먼저 부드러운 가루로 만들어야 한다. 마찬 가지로 가진 것이 없는 사람에게 서는 아무 것도 빼앗을 수가 없다. 빼앗으려면 먼저 줘야 한다. 이런 과정에 존재하는 것이 도(道)이다. 도는 매우 미세해서 사람의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 부단한 명상을 통해 정신의 통찰력을 키울 때 비로소 깨우칠 수 있다. 각고의 노력을 통해 스포츠의 ''도에 이를 수 있듯이 말이다.

상대방과 나의 손실 없이 부드럽게 이기는 방법이 노자가 원하던 승리의 방법이다. 이런 완벽한 싸움의 원리를 아는 것을 노자는 "미명(微明)"이라고 했다. "미(微)"는 미'세하고 은미(隱微)하다'는 뜻이고, "명(明)"은 밝은 지혜를 말한다. "미명"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아는 지혜이다. 우리는 경쟁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 싸워 이기는 것이 정의이며 승리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 싸우지 않고 상대방의 가슴에 못 박지 않고 이기는 방법, 이것이 노자의 유약(柔弱)의 승리방법이다.

'치망설존(齒亡舌存)' 이라는 말이 있다. 임종을 앞둔 노자의 스승 상용이 그를 불렀다. 그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 였다. 상종이 자신의 입을 벌려 노자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네 혀는 아직 그대로 있느냐?" "그렇습니다." "그러면 이빨은 있느냐?" "없습니다." "이게 무슨 까닭인지 너는 알고 있느냐?" "혀가 아직 그대로인 것은 그것이 부드럽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빨이 빠지고 없는 것은 그것이 너무 단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이와 같다."

가을이 깊어진다. 아니 벌써 떠날 준비를 한다. 벌써 춥다는 말이 나온다. 만물의 일 년 생성(生成)은 생겨나고, 자라고, 거두어, 깊이 들어가는 생장수장(生長收藏)의 원리에 따른다. 이를 예쁘게 표현하면, "쥐리락, 펴리락"이다. 봄에 만물이 새싹을 잘 틔우고, 건강하게 생겨나려면, 그 전년 가을부터 열매를 잘 거두어 깊이 수장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장(收藏)이 잘 되어야 생장(生長)이 좋고, 생장이 좋으면 수장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모든 일은 먼저 쥐고 펴야 한다. 소리도 마찬가지이다. 먼저 호흡을 잘 쥐고 장악해야, 소리가 잘 펼쳐진다. 판소리 명창 배일동 선생의 페북에서 만난 이야기이다. 올해 지금의 열매가 내 년 봄의 씨앗이 된다. 그래 만물은 저리도 서둘러 양분을 알뜰살뜰 쥐어서 겨울을 향해서 깊이 숨어들어간다. 나도 이젠 차분하게 수장(收藏)을 준비하리라.

그래 오늘 아침은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라는 시를 공유한다. 그리고 내가 늘 기억하는 기도를 한다. "행운을 빌기보다는 감사해 하며 살게 해주세요. 대박을 원하기보다 자족, 가진 것에 만족해 하며 살게 해주세요. 기적보다는 일상에 더 치중하는 삶을 살게 해 주세요."

가을의 기도/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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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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