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 인문일지] 어째서_사람이_이_모양인가
지금까지 전국 약 4천3배여 명의 교수들이 윤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엄중한 민심이다. 윤대통령 모교 교수들까지 동참했다. 공통점은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는 거다. 인문 운동가의 입장에서 어제 천주교 신부님들이 시국 선언문이 눈에 들어 왔다. " 조금 더, 조금만 더 두고 보자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이들조차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거두고 있습니다.
사사로운 감정에서 "싫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안 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나머지 임기 절반을 마저 맡겼다 가는 사람도 나라도 거덜 나겠기에 ‘더 이상 그는 안 된다’는 생각에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는 거다. 그러면서 “그가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지경이 됐다. 하여 묻는다. 사람이 어째서 그 모양 인가”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라는 사람을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인문 운동가 제일 싫어하는 진실이 아닌 거짓, 밝은 빛이 아닌 어둠, 사랑이 아닌 폭력, 포용이 아닌 분열과 배제를 장착한 사람이다.
▪ 거짓의 사람: “있는 것도 없다 하고, 없는 것도 있다고 우기는 거짓의 사람”,
▪ 어둠의 사람: “꼭 있어야 할 것은 다 없애고, 쳐서 없애야 할 것은 유독 아끼는 어둠의 사람”,
▪ 폭력의 사람: “무엇이 모두에게 좋고, 무엇이 모두에게 나쁜지조차 가리지 못하고 그저 주먹만 앞세우는 폭력의 사람”,
▪ 분열의 사람: “이어야 할 것을 싹둑 끊어버리고,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을 마구 흩어버리는 분열의 사람” 등으로 칭했다.
특히 “자기가 무엇 하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국민이 맡긴 권한을 여자에게 넘겨준 사익의 허수아비요 꼭두각시"라며 “그러잖아도 배부른 극소수만 살찌게, 그 외는 모조리 나락에 빠뜨리는 이상한 지도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뽑을 권한 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함께 지닌 주권자이니 늦기 전에 결단하자”고 했다.
그리고 "그가 세운 유일한 공로가 있다면, '하나'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전체'를 살리거나 죽일 수 있음을 입증해 준 것입니다. 숭례문에 불을 지른 것도 정신 나간 어느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하나이기로 말하면 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요, 우리야 말로 더 큰 하나가 아닙니까? 지금 대한민국이 그 하나의 방종 때문에 엉망이 됐다면 우리는 '나 하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야 합니다. 나로부터 나라를 바로 세웁시다. 아울러 우리는 뽑을 권한 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함께 지닌 주권자이니 늦기 전에 결단합시다. 헌법 준수와 국가보위부터 조국의 평화통일과 국민의 복리증진까지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파면을 선고"하고자 촉구하며, 1466명 천주교 사제들은"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로 시작하는 '절절한'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우리들의 무지로 부터 타인을 보호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공자는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地學)'으로 나누었지만, 신형철 문학 평론가는 여기에 하나를 더 붙인다.
1. 나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공부
2.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공부
3. 나의 무지로부터 타인을 보호하는 공부
무지가 무시가 되는 결과를 막기 위한 것이다. 무시로서의 무지는 과거와 현재의 모든 피해자들에 대한 폭력이 되기 때문이다.
자주 들은 이야기지만, '위인지학'은 다른 사람을 위한 공부이다. 타인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기 위한 공부이다. 반대로 '위기지학'은 자신을 위한 공부이다. 자신을 위한다는 것은 자기 욕망을 들여다보고 혼자 있을 때 삼가고 조심하는 공부이다. 다시 말하면, '위기지학'은 자신을 충실히 쌓아가는 공부이고, '위인지학'은 남에게 보이고 과시하기 위한 공부이다. '위기지학'을 하는 사람은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즉 자신의 발전과 성장을 기뻐한다. 당연히 그 한계는 없다. 하지만 '위인지학'을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수시로 비교하며 남보다 앞서기 위한 공부를 한다. 남보다 빠른 출세,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기에 어느 순간 되면 공부를 멈춘다. 왜냐하면 애초에 공부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고 올바른 뜻이 없었기 때문이다.
'위기지학' 하는 사람들은 실력을 쌓고 자신을 가다듬어 간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하찮은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그동안 쌓아온 내공과 실력이 자연스럽게 겉으로 배어 나오게 된다. 마치 가득 찬 독에서 물이 넘치듯이, 드러내지 않고 자랑하지 않아도 실력이 드러나고 사람들이 알게 된다. '내공(內供)'은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이다.
지금 윤 대통령의 모습은 ‘묻지마 범죄’를 떠올릴 만큼 아무런 목적이나 이유 없이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고 나라를 무너뜨리는 게 목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파괴적이다. 탄핵을 당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차라리 양반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어두운 코로나 터널을 지나면서 전 세계에 ‘K 신화'를 강렬하게 남기지 않았던 가? '눈 떠보니 선진국이 되었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곳곳에서 실감했었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시선을 느꼈고, 과학기술, 음악, 예술, 스포츠, 대중문화 등에서 한국인의 기량이 만개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또다시 ‘이게 나라인 가?'라는 절망 섞인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올 초부터 <<주역>>을 읽으며, 나는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촛불을 들 때이다. 지금은 분노보다 연대에 더 집중해야 한다.
세상에 모든 것은 극점에 이르면 반드시 돌아간다는 "극즉반(極即反)"만 나는 믿는다. 정점에 도달하면 내려올 일 밖에 남지 않고, 반대로 최저점으로 추락하면 올라갈 일만 남게 된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란 말도 있다. 어떤 일이든 극에 달해야 반전이 생긴다는 거다. 난 세상에 정의가 있다고 믿는다. 거짓은 유통기한이 있다. 정점에 달하면 스스로 드러난다고 믿지만,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 나는 어두움은 빛을 이기지 못하듯이, 거짓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고 믿고 기다릴 뿐이다. 지금은 촛불을 들 시간이다. 그래 박노해 시인 시와 <천주교 사제 1466인 시국선언문>을 공유한다.
촛불의 광화문/박노해
빛으로 세상을 연다는 光化門에서
촛불을 들고 나에게 물어본다
찬란한 빛이 세상을 바꾼 적이 있던가
돈과 권력을 가진 눈부신 빛들이
세상을 올바로 열어낸 적 있던가
그러나 보아라 어둠을 몰아내는 건
빛이 아니라 어둠을 살아온 사람들
이 작은 촛불의 사람들이다
언제나 세상을 사람 답게 바꾸는 건
새벽이 올 때까지 촛불을 들고 선
눈물 어린 촛불의 사람들이다
촛불을 들고, 촛불을 들고,
서로 울고 웃고 하나가 되어
허위와 어둠의 껍질을 벗어가는 사람들
다시는 어제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
다시 유월로 가는 촛불의 사람들이다
촛불아 모여라
될 때까지 모여라
우리의 빛이 사람이 될 때까지
우리의 빛이 역사가 될 때까지
<천주교 사제 1466인 시국선언문>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 "사람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느님이 주셨던 본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로마 3,23)
1. 숨겨진 것도 감춰진 것도 다 드러나기 마련이라더니 어둔 데서 꾸민 천만 가지 일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에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의 아우성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천주교 사제들도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2. 조금 더, 조금만 더 두고 보자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이들조차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거두고 있습니다. 사사로운 감정에서 "싫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안 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나머지 임기 절반을 마저 맡겼다가는 사람도 나라도 거덜 나겠기에 "더 이상 그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낸 것입니다.
3. 사제들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를 지켜볼수록 "저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나 못할 일이 없겠구나."(창세 11,6) 하는 비탄에 빠지고 맙니다. 그가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하여 묻습니다. 사람이 어째서 그 모양입니까? 그이에게만 던지는 물음이 아닙니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마는"(로마 7,19) 인간의 비참한 실상을 두고 가슴 치며 하는 소리입니다. 하느님의 강생이 되어 세상을 살려야 할 존재가 어째서 악의 화신이 되어 만인을 해치고 만물을 상하게 합니까? 금요일 아침마다 낭송하는 참회의 시편이 지금처럼 서글펐던 때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나는 내 죄를 알고 있사오며 내 죄 항상 내 앞에 있삽나이다 … 보소서 나는 죄 중에 생겨났고 내 어미가 죄 중에 나를 배었나이다."(시편 51,5.7)
4. 대통령 윤석열 씨의 경우는 그 정도가 지나칩니다. 그는 있는 것도 없다 하고, 없는 것도 있다고 우기는 '거짓의 사람'입니다. 꼭 있어야 할 것은 다 없애고, 쳐서 없애야 할 것은 유독 아끼는 '어둠의 사람'입니다. 무엇이 모두에게 좋고 무엇이 모두에게 나쁜지조차 가리지 못하고 그저 주먹만 앞세우는 '폭력의 사람'입니다. 이어야 할 것을 싹둑 끊어버리고,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을 마구 흩어버리는 '분열의 사람'입니다. 자기가 무엇하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국민이 맡긴 권한을 여자에게 넘겨준 사익의 허수아비요 꼭두각시다. 그러잖아도 배부른 극소수만 살찌게, 그 외는 모조리 나락에 빠뜨리는 이상한 지도자입니다. 어디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파괴와 폭정, 혼돈의 권력자를 성경은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아주 튼튼한 네 번째 짐승"(다니 7,7)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는 통에 독립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생존과 번영을 위해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 바친 선열과 선배들의 희생과 수고는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의 양심과 이성은 그가 벌이는 일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5. 그를 진심으로 불쌍하게 여기므로 그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 마음 안에서 나오는 나쁜 것들"(마르 7,21-22)이 잠시도 쉬지 않고 대한민국을 괴롭히고 더럽히고 망치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오천년 피땀으로 이룩한 겨레의 도리와 상식, 홍익인간과 재세이화의 본분을 팽개치고 사람의 사람됨을 부정하고 있으니 한시도 견딜 수 없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사회의 기초인 친교를 파괴하면서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조롱하고 하느님 나라를 거부하고 있으니 어떤 이유로도 그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버젓이 나도 세례 받은 천주교인이오, 드러냈지만 악한 표양만 늘어놓으니 교회로서도 무거운 매를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6. 그가 세운 유일한 공로가 있다면, '하나'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전체'를 살리거나 죽일 수 있음을 입증해 준 것입니다. 숭례문에 불을 지른 것도 정신 나간 어느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하나이기로 말하면 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요, 우리야 말로 더 큰 하나가 아닙니까? 지금 대한민국이 그 하나의 방종 때문에 엉망이 됐다면 우리는 '나 하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야 합니다. 나로부터 나라를 바로 세웁시다. 아울러 우리는 뽑을 권한 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함께 지닌 주권자이니 늦기 전에 결단합시다. 헌법 준수와 국가보위부터 조국의 평화통일과 국민의 복리증진까지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파면을 선고합시다!
7. 오늘 우리가 드리는 말씀은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니 방관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아무도 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매섭게 꾸짖어 사람의 본분을 회복시켜주는 사랑과 자비를 발휘하자는 것입니다.
2024.11.28.
하느님 나라와 민주주의를 위해 기도하며
천주교 사제 146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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