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 렌즈세상] 모처럼 떠나는 일박이일의 여행
여행을 떠나면 전날 밤 잠을 못 이루는 오래된 버릇이 있다. 지난 금요일에는 무안과 진도에서 영산포를 거치는 촬영 여행을 떠났다.
모처럼 떠나는 일박이일의 여행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보따리를 쌌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날도 꼬박 뜬눈으로 밤을 샌 것이다. 죽기 전에는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인데, 기사가 날 밤을 까고 운전하니 옆에 탄 사람이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괜찮겠냐"는 정동지 걱정에 "장사 처음 하냐"며 다독였다.
새벽 찬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운전대를 잡으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시간가는 줄 모른 채 달렸는데, 홍성휴게소에서 잠시 졸다 깨어보니, 30분이나 지났단다.
요즘은 정동지가 전라도 장터 글쓰기에 전념할 때라 한동안 전라도 여행이 뜸했는데, 다시 학인 해야 할 곳도 몇 군데 생겼다지만, 목포지역에 눈이 내릴 것이란 기상 예보가 날짜를 앞당기게 만든 것 같았다.
기상예보와 달리 날씨가 포근해, 눈이 아닌 비가 되어 버렸지만... 정동지는 사라지기 직전의 변두리 장을 이곳저곳 찾아다녔으나, 나는 차에서 음악이나 들으며 시간 보냈다. 장꾼도 서너 명 뿐인 사라지기 직전의 장터라, 오래 걸리지는 않았으나, 피차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둘째 날은 목포 ‘갓바위’를 비롯하여 진도 '운림산방'도 찾아보았다. 마지막 단풍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도 찍었으나 저물어가는 인생 길처럼 적막하고 쓸쓸한 분위기라 짓궂은 농담으로 정동지를 웃게도 만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들린 영산포 풍물시장은 의외로 사람이 많았는데, 김장 철이라 그런지 젓갈 파는 가게가 유난히 붐볐다. 국밥집에서 나주곰탕으로 허기를 메우고 일정을 마무리했으나, 오는 길에 아산 ‘백암길사람사진관‘도 들려야 했다.
겨울은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동자동에서 지내려니 챙겨올 물건도 있었지만, 온 김에 아산 식구들도 만나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인주면에 있는 ’봄에실농장‘에도 들려 김창복씨와 이현이, 평이도 만났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만드는 공사 현장도 둘러보았는데. 두 사람이 집안 일 해가며 틈틈이 하는 공사지만, 많은 진척을 보였다. 이달 말에 완공할 계획이라는데, 년 말 파티를 그곳에서 치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틀 후가 정동지 생일인 줄은 어떻게 알았는지, 이현이가 생일케익을 만들어 놓았더라.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 듯, 케익을 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매번 정동지 생일 때 마다 잊어버려 남의 장단에 춤출 수밖에 없었는데, 살아남은 게 용타 싶다.
아무튼 정동지의 생일을 축하하고, 곧 출판하게 될 전라도 장터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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