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희 조각가 [사진=더코리아저널]


[박상희 메타포] 삼청동의 달과 케냐의 푸른 달.

두 개의 질문 / 조각가 박상희

1.

2025년 첫날 새벽.

03시 25분.

두어 시간 자다 깼다.

죽었다 다시 부활한 듯.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2025년의 시간,

전날 남긴 막걸리 한 잔에 지나간 인생을 마신다.

문득

'이 가벼운 육신에 우주와 예수와 부처를 담아 형상으로 흔적을 남기는 것이 부질없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묻고 답한다.

'비록 부질없다 해도 내가 나의 방식으로 실존했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2.

누군가 죽어가는 시간에도 누군가는 태어난다.

불가佛家에선 본래 생멸이 없다지만

살아있는 것들과 소멸하는 시간의 혼재.

그것이 우주의 진동이 아닐까?

아프리카로 날아온 날, 지인의 부음.

이승에서의 삶이 다하면 저 하늘의 별이 된다는 문학적 은유의 허망함.

3.

2024년 마지막 날 밤과

2025년의 첫날이 무엇이 달라졌는가?

인왕산 위로 떠있던 달과 아프리카 케냐의 푸른 달을 보는 나는 하나인데

달은 두 개던가?

이미 사라진 것이라 하나

수 억 년을 날아와 반짝이는

저 별들.

그래!

저 별이 수 억 년 전에 이미 사라진 것의 잔영이면 어떤가?

혹시 말이다.

그 별을 보고 있는 나도 이미 사라진 존재의 허상이자

꿈이라면?

그럼에도 나는 '현재를 잡고 지금을 살자.' 고

카르페~ 카르페 ~~

CARPE DIEM ~~~ 이라고 소리 내어본다.

까르마의 무늬를 수놓으며?

2025년 새해,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사진=박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