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강균 배우, 연기자 [사진=더코리아저널]
[신강균 걸침탐구] 역사가 부끄러운 시간
하얼빈에 등장하다ᆢ
이토 휘하 3명의 일본 국무대신역중 하나로ᆢ 러시아 재무상과 기차회담 장면, 이토와 함께 사열하는 장면에ᆢ 대사없는 이미지역이라 잠깐 스치기때문에 놓치기 쉽고 엔딩크레딧에도ᆢㅠᆢ
그러나 중요한 씬 하나에 동참하여 만족ᆢ이토가 안중근 총에 쓰러지고 옆의 대신 두명도 총에 맞음 ᆢ리허설때 몰려드는 러시아군에 밀려 내 모자가 벗겨짐ᆢ카메라가 머리위 크레인에서 부감으로 찍고있음을 캐치ᆢ한때 사진에 빠졌던 내 머릿속에 순간적인 촉이ᆢ 이토의 핏자국과 함께 검은 모자가 나뒹굴고 있는 모습이 그림이 되겠다는ᆢ
본 촬영 들어갔을때 역시 모자가 벗겨지는걸 그냥 둠ᆢ사실 감독의 의도와 달랐다면 역사안의 수백명 출연자들이 움직여 다시 슛을 들어가야하는ᆢ다행히 그때 오케 싸인이 남ᆢ내 조그만 촉이 애드립처럼 사용될 것으로 나는 생각하지만 사실은 감독의 머릿속에도 있던 구도였을지도ᆢ
늑대 수장의 머리를 상징하는 검은 거죽의 모자가 뒤집혀있는 모습을 우리의 고결한 장수의 총성에 흘린 피가 쳐다보고 있으면 그 전율은 배가될 수 있을것ᆢ
사실 영화가 개봉되기전까지 어찌 편집될지 모름ᆢ실제로 모자가 빠진 부감컷으로 편집되면 그 의도는 부질없는것이 될것이고, 설령 모자씬이 들어갔더라도 일개 단역의 애드립같은 행동이었다고 떠들수는 없는 노릇ᆢ
엊그제 아이맥스관에서 보면서(역시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고 들어야) 어떤 장면으로 펼쳐질까 가슴을 졸였다 ᆢ언제 멋진 우민호 감독님을 만나면 후일담이나 한번 들어봐야겠다ᆢ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탄 이토역의 릴리프랭키와 같이 할수 있는 시간이었다ᆢ그의 어느가족'영화를 보았다며 일본어로 간단한 대화도 나누었다ᆢ그 영화를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배우가 가진 날것의 매력을 알아보고 배우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것으로 정평이 나있다ᆢ
암튼 그 영화에 나왔던 릴리, 이 배우 때문에 숨이 멋는 순간이 있었다ᆢ촬영중간 휴식 시간에, 이토역의 릴리가 옆에있던 호위장교의 권총을 꺼내들고 쏘아보는 시늉을 한다ᆢ장난이라는것을 아는 주위배우들이 웃었다ᆢ
그런데 갑자기 총구를, 멀리 군중속에 나와 서있는 안중근 쪽을 향해 겨누는 것 아닌가ᆢ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ᆢ이 장난스런 장면이 현실을 암시할 수도ᆢ이것이 일본의 속내일 수도 하는ᆢ각성해야할 오늘의 사람들은 과연 하얼빈에서 흘린 핏자국의 염원을 느끼고나 있을까ᆢ
멀리 떨어져 있던 사람들은 눈치못챘을 안동 세트장의 촬영비사였다ᆢ
영화를 보고 나오니 하얼빈역보다 더한 인파들이 모여있다ᆢ
총구를 엉뚱한 방향으로 대어 생긴 파국ᆢ
역사가 부끄러운 시간이다ᆢ
[사진=신강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