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 논설위원 [사진=더코리아저널]
[천지인 칼럼] 나잇값
나라전체가 시끄러운 금년은 새해가 오고, 구정이 지나도 명리학상으로 새해는 입춘(2월3일)부터이지만, 해가 바뀌어 나이가 한 살씩 늘어갈 때마다 이젠 ‘나잇값’을 해야 할텐데 하는 맘이 들곤한다.
‘나잇값’의 의미는 나이에 어울리는 말이나 행동, 생각등을, 나이에 상응하는 사회적 기댓값을 충족하는 것이건만, 나라꼴을 보면 모두들 편 가르기에 줄서기, 눈치보기등등 ‘나잇값’을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기에, 존경받을 어른이 없다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살아온 날들의 경험이 축적됐다는 뜻이기도 하기에, 흘러간 세월의 삶속에 과거의 수많은 사건과 아쉽고 후회되고 괴로운 것들도 있다.
물론 물론 과거의 행적이 자랑스럽고 뿌듯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런 모든 것을 경험하고 소화한 나로 다시 세계를 만나고, 그것에 영향을 받은 새로운 행동지침과 감정들로 이뤄져 있다.
나이를 그냥 자연히 먹는 것 같아도 실은 그렇지 않다.
살아온 날이 쌓인다는 것은 자신이 지나온 경험을 바탕으로 온전히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사건들에 대한 대책이 생길 수 있으므로, 대가를 치러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이는 도무지 공짜로는 먹을 수 없는 것이다.
나이를 의미하는 말들은 아주 많지만 지식적인 용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 이런 연령을 의미하는 의미를 되새겨 보고, 인생 설계를 함에 있어 계획적인 원대한 포부를 펼쳐 보라는 뜻이다.
'약관(弱冠)'의 의미는 예기(禮記)의 곡례편(曲禮篇)에 "二十曰弱하니, 冠이라"하여 갓을 쓰는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은 연약한 존재라는 뜻이다.
논어(論語)의 위정편(爲政扁)에 보면, 공자가 말하기를 "나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30에 확고히 섰고, 40에 의혹되지 않고, 50에 천명을 알았고, 60에 귀가 순해졌고, 70에 마음이 하고 싶은 바를 따르더라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
"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
서양적 측면에서 보면 20대에는 욕망의 지배를 받고, 30대는 이해타산, 40대는 분별력, 그리고 그 나이를 지나면, 지혜로운 경험에 지배를 받는다(그라시안).라는 말이 있지만, 링컨도 누군가 각료를 추천했을 때 그 사람의 인상을 보고 판단을 하며, "나이 사십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떤 것에 대해서도 의혹 되지 않는 삶. 완전한 삶 그것이 不惑(불혹)인 것이다.
연륜이 깊으면 나름의 장점과 특기가 있다는 뜻으로, 동양속담에 노마지지(老馬之智)란 고사성어가 있다.
제나라 환공이 혹한에 귀국길에 오른 환공은 지름길을 찾다 그만 길을 잃고 병사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관중이 말하길 “이런 때는 ‘늙은 말의 지혜(老馬之智)가 필요하다”며,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놓고, 그 뒤를 따라가니 얼마 안 되어 큰길이 나타났다.
“늙은 쥐가 독을 뚫는다”라는 속담은 아무리 영악한 쥐라도 독은 뚫지 못하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일지라도, 그만큼 내공과 경륜이 쌓인 노인들에게는 현실을 능가하는 지혜가 있다는 뜻이 아닐까?
만물은 각자의 쓰임이 있다. 다만 쓰임의 크기와 모양새가 다를 뿐이다. 내 기준으로만 세상을 재면 오류가 잦다. 두루 본다는 건 다양한 관점으로, 때로는 남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는 뜻이다. 두루 살피면 어긋남이 적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건 수치가 아니라고 했듯이(不恥下問), 지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부족한 것이 있으면, 타인의 조력을 빌리는 게 진짜 지혜이므로, 군자는 소인에게서도 배운다.
한해 한해 나이가 들수록 한유(韓愈)의 사설(師說)이 되새겨진다.
나보다 앞에 태어나고 그가 도(道)를 들음도 나보다 앞섰다면 나는 그를 따라 스승으로 삼는다.
나보다 뒤에 태어났더라도 그가 道를 들음이 역시 나보다 앞섰다면 나는 그를 따라 스승으로 삼는다.
"生乎吾前, 其聞道也, 固先乎吾, 吾從而師之, 生乎吾後, 其聞道也, 亦先乎吾, 吾從而師之."
합장
[사진=천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