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 논설위원 [사진=더코리아저널]
[천지인 칼럼] 정상은 하나지만 오르는 길은 수없이 많다
가톨릭 교리에서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extra ecclesia nulla salus)"라는 공리는 유일하고 비가시적인 가톨릭교회 외에는 더이상 어떤 구원의 체계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교회론적 명제이지 구원론적 명제는 아니지만, 교회 밖에서도 구원될 수 있는 선한 의지를 갖는 이교도들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이는 타 종교를 믿음에도 불구하고 구원받을 수 있다는 거지 그 종교를 믿음으로 인해 구원받는다는 게 아니라는 의미지만 진리는 어떤 한 종교의 전유물이 아니다.
파니카라는 신학자는 성경에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하나님께 갈 자가 없다"는 말씀대로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오직 한 분 구주이신 그리스도가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한 분 그리스도는 인류 전 역사를 통하여 자신을 나타내 보이셨는데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셨다.
그리스도가 2천년 전 유대땅에 예수로 나타나신 것처럼 인도에도 그리스도가 나타나셨는데 크리슈나 또는 이스바라로 나타나셨다.
그리스도가 기독교 내에서 일하시는 것처럼 힌두교 내에서도 일하고 계신다.
위에서 말한 것은 파니카가 말한 말인데 요약하면 그리스도는 기독교인들이 따르는 예수 그리스도만 있는 것이 아니라 힌두교도들이 따르는 이스바라 그리스도도 있다는 말이다.
부언하면 불교인들의 부처 그리스도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루터에 이은 독일의 두번째 해방자란 칭송을 받는 극작가 한 사람이 "현자 나탄"이란 희곡을 썼는데 거기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로 세 반지 이야기가 있다.
동양에 매우 값진 반지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
이 반지는 갖가지 영롱한 빛을 발할 뿐 아니라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기때문에 더 귀한 반지였다.
그 신비한 힘이란 이 반지를 끼는 사람은 하나님과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 반지는 대대로 물려 내려갔는데 가장 사랑하는 아들에게 계속 물려주고 하였다.
그 집안에서는 이 반지의 신비한 힘 때문에 장자보다 이 반지를 물려받은 사람이 머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이 반지는 세 아들을 둔 아버지에게 물려 내려가게 되었다.
세 아들은 꼭 같이 아버지에게 순종 잘하여 아버지의 사랑을 받았다.
아버지는 큰 아들과 단둘이 있을 때 반지를 그 아들에게 물려주기로 약속을 하였다.
또 다른 날 아버지는 둘째 아들과 일하다가 그 아들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그에게 반지를 물려주기로 약속을 하였고, 세째 아들하고도 역시 약속을 하게 되었다.
죽기 전 아버지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반지는 하나인데 세 아들 모두에게 약속을 하였으니 어떻게 할지 밤잠이 오지 않았다.
마침내 아버지는 비밀리 보석상을 불러 본래 반지와 꼭같게 두개를 더 만들게 하였다.
반지를 만들어 왔을 때 본래 반지와 만든 두 반지가 아주 꼭같아 아버지조차도 분간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세 아들에게 반지 하나씩을 나눠주고 눈을 감았다.
아버지는 반지 하나가 집안을 휘두르는 걸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편견 없고 겸손하며 은혜스럽고 평화스러움을 본받도록 하여라.
자자손손 수 천년 후 너희 반지들이 신비한 힘을 발휘할 때 다시 이 자리에 서도록 하여라. 그 때는 나보다 더 지혜로운 재판장이 재판하시리라.
이 이야기에서 세 아들은 기독교, 이슬람, 유대교이고 아버지는 하나님이다.
반지는 각 종교가 가진 진리이다.
이 이야기를 지은 극작가는 각 종교마다 자기가 가진 진리만이 진짜 반지라고 싸움하지 말고
편견을 버리고 겸손하게 은혜스럽고 평화스럽게 모든 종교가 서로 공존할 것을 말하고 있다.
또한 버트란드 러쎌은 그는 그가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라는 책에서 말하길, 불관용(不寬容)정신은 기독교가 나타나면서부터 세상에 퍼지게 되었다고 하였다.
“불교는 결코 타종교를 핍박하는 종교가 아니었었고, 회교 국가들이 유대인과 기독교인들을 핍박하긴 했으나, 기독교가 유대인이나 회교도를 핍박했던 것보다 훨씬 덜했었었다”고 말하며
기독교가 제일 관용을 모르는 종교라고 하였다.
유명한 철학자인 칼 야스퍼스는 예수만이 하나님께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기독교가 주장하는 것은 독이라고 말하며, 이 독이 제거되기 전에는 성경적 신앙이 실현될 수 없다고 말하였다.
유명한 역사가인 아놀드 토인비는 기독교가 예수로 인한 유일한 구원을 전통적으로 주장해 왔지만 그러한 배타성은 깨끗이 씻어내야 할 죄라고 말하였다.
인류의 대다수는 지역이나 나라에 따라 자기가 태어난 사회를 떠나보지 못하고 살았으며 그 사회의 주류 종교가 가르치는 진리를 절대적인 것으로 믿고 살았다.
그러나 현대의 개방사회로 들어오면서 종교가 다원화되고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가 됨에 따라 한 종교가 주장하는 절대적 진리에 대한 믿음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게 되었다.
산꼭대기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리로도 올라갈 수 있고 저리로도 올라갈 수 있다.
같은 산에 올라가지만 완만한 등산로가 있는가 하면 급하게 올라가는 등산로도 있다.
남쪽에서 올라가는 길이 있으면 북쪽에서 올라가는 길도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구원에 이르는 길은 여러 길이 있어 기독교라는 등산로를 통해 구원의 산꼭대기에 이르기도 하고 불교라는 길을 통해 같은 산꼭대기에 올라가기도 한다.
어느 등산로가 오르기 쉬운지는 모르지만 어쨋든 산꼭대기에 이르기는 마찬가지이니 어느 종교이든 잘 믿어 구원에 이르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날 사람 숫자를 헤아리는 것은 구원이라는 간판을 걸고 기업가가 하는 사업이지 진짜 선교는 아니다.
진짜 선교는 기독교인은 기독교인답게, 불교인은 불교인답게, 어느 종교를 믿든지 그 종교의 진정한 신자가 되게 하는 것이라 말한다.
합장
[사진=천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