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의학박사, 클래식 애호가 [사진=더코리아저널]


[김민석 뮤직박스] 쇼팽: 발라드 1-2번

음식을 먹기 전에 꼭 사진을 찍습니다. 제 스마트폰 갤러리에는 음식 사진이 가장 많습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단순히 기록의 목적일 뿐입니다. 스마트폰 사진에는 촬영 시간과 장소가 자동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캘린더에 누구와 만났는지만 기록해두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먹었는지를 따로 메모하지 않아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음식 사진을 통해 칼로리나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함량 등을 알려주는 앱은 이미 여럿 개발되어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음식의 종류를 인식하고, 미리 저장된 영양 정보를 불러오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같은 음식이라도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식당에서 나왔는지에 따라 모양이나 색감이 크게 달라지고, 정확한 양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1인분 기준’으로 영양 정보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에 뉴욕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은 이러한 문제를 한 단계 더 해결했다고 합니다. 사진 속 음식이 접시에서 차지하는 면적을 분석해 부피를 계산하고, 이를 음식 종류별 밀도 및 영양 데이터와 연계하여 최종적으로 칼로리와 영양 정보를 산출하는 구조입니다. 초기 학습에는 약 9만 5천 개의 음식 이미지와 214개의 카테고리를 사용했으며, 유사한 음식은 통합하고, 데이터가 부족한 항목은 제거하는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그 결과, 음식 인식 정확도는 약 80%까지 향상되었다고 하네요.

미국에서 개발된 기술이라 한식에도 잘 적용될지는 아직 궁금하지만, 정식으로 출시된다면 꼭 사용해보고 싶습니다. 식사 전에 사진 한 장씩만 찍어두어도 체중 관리나 당뇨 같은 성인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오늘 들으실 곡은 쇼팽의 발라드 1번과 2번입니다. 이전까지 ‘발라드’는 괴테나 실러 같은 시인들의 문학 작품에서나 볼 수 있는 개념이었으나 쇼팽은 이를 음악으로 옮겨와 감정의 서사로 승화시켰습니다. 발라드 1번은 쇼팽이 피아노를 위한 발라드 장르를 창시한 곡으로 평가받으며 그의 초기 파리 시절을 대표하는 걸작 중 하나입니다. 이 곡은 쇼팽과 동시대에 파리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폴란드 시인 아담 미츠키에비치의 서사시 "콘라드 발렌로드"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이야기나 장면을 묘사하기보다는, 그 속에 담긴 감정과 정서를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서두는 묵직하고 조심스러운 분위기로 시작합니다. 이어지는 첫 번째 주제는 우울하고 불안정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천천히 전개됩니다. 곧 이어 템포가 빨라지고, 감정의 흐름은 점차 불타오르듯 격렬해지며, 곡은 강렬한 정열과 긴장감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이때 등장하는 두 번째 주제는 쇼팽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선율 중 하나로, 단 세 음으로 구성된 간단한 패턴이 아치형의 선율을 따라 노래하듯 흐릅니다.

첫 번째 주제가 다시 등장하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전개를 위한 다리 역할을 하며 곧바로 격정적인 절정으로 이어집니다. 이 부분은 쇼팽의 모든 작품 중에서도 가장 격렬한 감정이 응축된 순간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후 두 번째 주제가 재현되며 한층 성숙하고 자신감 있는 분위기를 드러냅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첫 번째 주제가 불안한 모습으로 돌아오며, 곡은 색채감과 모호함이 뒤섞인 비극적 결말로 치닫습니다. 이 곡은 형식적으로도 매우 자유롭고, 음악적 서사 전개가 탁월하여 단순한 악상 전개를 넘어, 하나의 드라마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테크닉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작품으로, 연주자에게는 정교한 표현력과 깊은 해석이 요구됩니다.

발라드 2번은 쇼팽이 동시대의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에게 헌정한 작품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슈만은 이 곡에 대해 그다지 깊은 감명을 받지 못했다고 전합니다. 슈만은 이 곡이 전작인 발라드 1번보다 예술성이 덜하며, 중간의 격정적인 부분들은 덧붙여진 것처럼 느껴진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곡의 영감은 아담 미츠키에비치의 시 "스비테지"에서 비롯됩니다. 이 시는 적에게 포위된 도시의 처녀들이 스스로 호수에 몸을 던져 죽고 이후 그 호숫가에서 치명적인 꽃으로 다시 태어나는 전설적인 이야기입니다.

이 신화는 이후 발레 「지젤」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곡의 시작은 마치 서정시를 읊조리는 음유시인처럼 부드럽고 잔잔한 선율로 서막을 엽니다. 마치 잔잔한 호수 위에 드리워진 안개의 정경처럼, 조용한 평화가 흐르지만, 곧 격렬한 에피소드가 갑작스럽게 등장합니다. 낮은 음역의 강한 화음과, 오른손의 빠르고 극적인 진행은 음악 속에서 폭풍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이후 초반의 선율이 다시 돌아오지만, 곧 긴장감이 고조되며 이야기 속 음유시인의 감정이 점점 고양되는 듯한 흐름을 탑니다. 다시 폭풍처럼 에너지가 폭발하고, 주제는 이 와중에도 그 자리를 지키려 애쓰며 끝내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그 후 모든 격정은 무너지고, 음악은 조용한 마무리로 이어지며 처음의 주제가 슬픔에 젖은 채 되돌아옵니다. 이 곡은 단순한 음악적 이야기 이상의 서사와 극적인 구성을 담고 있으며, 짧지만 강렬한 감정의 파도 속에서 듣는 이를 몰입하게 합니다. 오늘은 니키타 마갈로프 (피아노)의 1974년 연주입니다. 행복하세요.

쇼팽: 발라드 1-2번

CHOPIN: Ballades Nos. 1-2

No. 1 in G minor op. 23 9:28

No. 2 in F op. 38 7:09

김민석 올림

쇼팽: 발라드 1-2번

[사진=김민석]

[사진=김민석]

[사진=김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