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기 국어학자, 문학박사 [사진=더코리아저널]


[특별기고 최용기] 훈민정음 창제의 비밀과 인공지능(AI) 시대의 한글

최용기(국어학자, 문학박사)

15세기에 훈민정음 창제는 세계의 문자사에서 한 줄기 큰 빛이었고, 문자 연구에서 언어학자들이 주목하였다. 19세기에 한국에서 최초로 훈민정음을 연구한 미국의 호머 헐버트 박사는 “한글과 결줄 문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라고 하였고, 역사학자 존맨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 하였으며, 언어학자 노마 히데키는 “한글은 세계 문자사의 놀라운 기적이다”라고 하였다.

훈민정음의 특징은 낱자의 형태가 발음기관의 모양과 일치하고, 한 낱자는 언제나 한 소리로 발음한다. 또한, 훈민정음은 체계적인 글자이므로, 세계에서 유일한 자질 문자이다(샘슨의 문자 체계(Writing Systems).

훈민정음 창제는 조선 왕조의 비밀 프로젝트이었기에 숨겨진 내용이 지금까지도 많이 있다. 훈민정음해례본의 전체 구성은 총 33장을 3부로 나누어, 제1부는 훈민정음 정음(예의) 편으로 세종대왕이 직접 지었고 본문을 4장 7면에 면마다 7행 11자씩 써넣었고, 제2부는 훈민정음해례 편을 26장 51면 3행에 면마다 8행 13자씩 써넣었는데, 집현전의 학사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강희안, 이개, 이선로 등이 집필하였다. 그리고 제3부는 그 당시 예조판서인 정인지의 서문(序文)을 3장 6면에 1자 내려서 실었다.

훈민정음해례본(세종 28년, 1446년 반포)의 형식 면에서 정음(예의) 편은 54자로 구성하였고, 언해본(세조 5년, 1459년)의 정음 편은 108자로 구성되었다. 분명히 조선 초기는 유교 국가임을 선언했는데 108자는 불교 경전과 무관할 수 없다. 본문을 집필(세종대왕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 글씨)하면서도 임금과 신하의 글자체 크기(임금 글씨 7자 행, 신하 글씨 8자 행)가 글씨를 써 내려가다가 임금의 명령(전하/殿下, 명/命, 일조 제작/一朝 制作)이나 임금의 생각(대지/大智, 성심/聖心) 부분을 표현할 때는 행을 바꾸어 시작하였다. 아마도 절대 군주에 대한 존대와 존엄을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정인지의 서문(序文) 끝에는 정통(正統) 11년 9월 상한(上澣)을 명시하였다. 이때의 ‘정통(正統)’은 명나라 영종(제6대 황제)의 연호로 정통 11년은 1446년(癸亥年)에 해당한다. 명나라 영종은 8세에 즉위하였으므로 18세였고, 세종대왕은 50세였다. 분명히 당시 명나라는 외세 침략과 내부 동요가 있었고, 조선은 동아시아의 문화 전성기로 동양의 르네상스 시기였을 것이다.

아울러, 훈민정음해례본에 담긴 내용 중에 ‘대동천고개몽룡(大東千古開矇矓) (56쪽)’의 의미라든지, ‘일조 제작모신공(一朝 制作侔神工)’의 내용도 궁금하다. 분명히 ‘대동천고개몽룡’은 훈민정음 창제가 ‘우리 겨레에게 오랜 역사의 어둠을 비로소 밝혀 주셨다’(애민 정신/愛民 精神)라고 알았고, ‘일조 제작모신공’은 ‘하루아침에 신과 같은 솜씨로 정음을 지었다’(실용 정신/實用 精神)라고 알았다.

그러나 훈민정음 창제는 세계 최초의 문자 해방 운동이기 때문에, “동방의 큰 나라 조선이 오랜 역사에서 깨어나, 이 문자로 인류문명의 새 시작을 열어간다.”(홍익인간/弘益人間)라고 할 수 있으며. “(하루아침에) 신의 계시를 받아 이 문자를 만들 수 있었다.”(재세이화/在世理化)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세종대왕의 미래에 대한 원대한 꿈이고, 세계에 한민족의 우수함을 표현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훈민정음해례본 반포의 조력자와 반대자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조력자는 집현전 학자인 정인지,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강희안, 이개, 이선로 등을 열거할 수 있고, 왕실에서는 이항(문종), 이유(세조), 안평대군(해례본 작성), 광평대군(창제의 비밀 공간 제공), 정의공주(변음토착어 해결) 등을 열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신미 대사(본명 김수성)는 간경도감에서 불경을 훈민정음으로 번역한 공로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반대자는 갑자상소(1444년)에 나타난 인물로 최만리, 신석조, 김문, 정창손, 하위지, 송처검, 조근 등을 열거할 수 있다.

아울러, 훈민정음해례본을 지킨 사람들도 기억해야 한다. 해례본은 1940년 경북 안동 지방에서 이한걸의 아들 이용준과 그의 스승 김태준이 발견하였으며, 이를 거금으로 매입(1만 1천 원)한 간송 전형필, 이를 보도와 해제한 조선일보 방종현, 모사한 송석하, 번역한 홍기문 등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훈민정음해례본은 현재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에 보관되어 있고 우리나라 국보(제70호, 1962년 지정)로 되어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1997년)으로 등재되어 있다. 훈민정음해례본은 창제자, 반포일, 창제 원리와 운용 방법(연서법/이어쓰기, 병서법/갈바쓰기, 부서법/붙여쓰기, 성음법/발음하기, 사성법/점 찍기) 등이 기록된 세계 유일의 소중한 책이자 기록유산이다.

최근에 당면한 언어지능(AI) 언어와 미래의 한글에 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인공지능 언어란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 언어를 말한다. 고도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그야말로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인공지능을 목표로 하므로 인간의 언어를 닮았으되, 인간의 언어와는 다른 양상을 띨 수 있다. 즉, 인공지능 언어란 로봇이 하는 언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페이스북에서 쏟아내는 언어를 분석하고 그 흐름을 조정하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컴퓨터 시스템도 이에 해당한다.

이런 인공지능의 핵심은 빅데이터와 딥러닝 그리고 컴퓨터 시스템에 의한 자율 판단 기능이다. 이런 인공지능에 맞게 창제된 문자가 훈민정음(한글)이다. 훈민정음은 자연의 소리를 문자로 담고자 하는 인간의 오랜 욕망을 실현한 것이며, 가장 과학적이고 쉬운 문자이므로 소통과 표현의 온갖 욕망을 드러낼 수 있게 창제되었다.

한국이 인터넷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과학 기술의 발달이나 역동적인 국민성 등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한글이라는 문자가 있기 때문이고, 자국어를 통한 정보화 산업에서 중국이나 일본보다 한국이 앞서갈 수 있는 것은 한글의 효율성 때문이다. 한글은 소리글자이다 보니 발음 자체가 표기로 변한다. 더욱이 자음과 모음이 환상적으로 조합을 이루고 있으니 그만큼 쉽고 빠르게 언어를 정보화할 수 있다.

우리가 만능의 기계로 생각하는 컴퓨터는 두 개의 숫자, 0과 1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되풀이하는 것인데 이 세상을 순식간에 정보화 시대로 만들었다. 한글도 24자의 유한수와 몇 가지의 규칙만으로 무한수에 가까운 천지자연의 소리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런 점에서 한글은 현대 첨단 과학의 산물인 컴퓨터의 원리에 가장 잘 부합하는 문자이다. 이제 한글은 한국어를 적는 문자에서, 세계의 언어를 적는 문자로 뻗어가고 있다.

아울러, 인공지능(AI)과 한글에 대해서도 오픈AI CEO 샘 올트먼은 “한국 없이는 인공지능이 발전할 수 없다.”라고 하였고, 엔비디아(NVIDIA) CEO 젠스 황은 “한국이 인공지능의 강국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으며,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은 다가올 미래에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것은 모두 한국어와 한글 그리고 한국이 앞으로 무한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예언하는 표현일 것이다.

***필자소개

<최용기 명예 이사장>

문학박사, 국립국어원 국어진흥교육부장(고위공무원) 역임, 이중언어학회 부회장, 몽골민족대학교 부총장, 선문대학교 초빙교수 역임, 코리안드림문학회 부회장, (사)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협의회 명예 이사장, (사)통일을 실천하는 사람들 공동대표, 짚신문학회 부회장. 세종대왕 생가 복원을 꿈꾸는 사람들 공동대표, 세이트미션대학교 교수, 종로평생교육원 교수